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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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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목요일, 밤중에 고구마가 너무 먹고 싶은데 겨우 참았다.

꼭 어디 가야할 때 잠이 잘 안 들더라. 잠깐 자다가 깨서 꿈뻑꿈뻑, 자세가 불편해서 깨고, 화장실에 간다고 깨고, 그냥 깨고. 아이참 피곤피곤해. 그래도 다른 명절 때보다는 천천히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한 아침이었다. . 8시에 집을 나섰다. 근처에 있는 시부모님댁으로 출동. 가는 길에 통영 아빠엄마한테 전화로 인사를 드린다. 10월 중에 한 번 내려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번에는 대구에서 보내는 걸로. 가을 날씨와 함께 오랜만에 뵙는 시부모님. 기도문을 읊고 아침밥을 먹었다. 이렇게 먹는 하루가 시작되는 걸까. 어머님표 명절 음식을 먹고, 간식으로 과일 먹고, 또 간식으로 떡이랑 과일을 먹고 주스를 마신다. TV엔 줄줄이 트롯과 천하장사 씨름방송이 나오고 있다. . 여기에 오면 바빠지는 남편. 그 많은 설거지를 혼자서 하고 이것저것 일을 본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앉아있으라고, 쉬라고 하시는 시부모님 덕분에 제대로 사육당하는 나랑 나무. 이제는 누워 있으라고 하시길래 낮잠도 한 시간 넘게 자고 일어났다. 뭘 하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가기만 하고 다시 돌아온 저녁 식사. 호박잎에 된장 찹찹 올려서 입에 넣기 바쁜 우리들. 그리고 도돌이표처럼 과일과 간식, 떡이 등장했다. 이제 들어갈 배가 없어요.. . 낯을 가리는 나무는 시어머니의 손길에 귀여운 톡톡 신호만 보내준다. 아까 누웠을 때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는지 데굴데굴 느낌도 나던데.. 거기서 뭐해? 나무의 타이밍을 캐치하지 못 한 게 아쉬울 뿐. 오늘도 양손 가득 챙겨주신 덕분에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고 왔다. 집 앞에서 올려다 본 하늘엔 보름달이 두둥실. 둘 다 각자 소원을 빌고, 모두의 건강을 바라는 밤. 10월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평화롭게 보내기를. . 오늘 나무 친구가 태어났고, 올해는 이제 나무만 남았다. 12월에 건강하게 만나자 겨울 나무야. 우리집이 편안한지 나무는 다시 열심히도 움직이고 있다. 귀여운 아가야 오늘도 크느라 고생했어. 내사랑 남편도 고생했어요. 럽럽럽.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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