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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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금요일,
7시에 눈을 떴는데 침대 밑에 내려온 건 9시 30분.
까맣게 옷을 갈아 입고는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하동과 구례에 찾아가고 싶건만, 굳이 위험한 여행의 대열에 끼지 않기로 했다. 우리라도 거리를 두자며, 산책을 하자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통통하게 펴있던 석류나무가 시들어가고 거리엔 낙엽들이 떨어져 있다. 시원한 바람이 좋다며 호들갑을 떨다가 어느새 쨍한 햇살에 덥다고 찡찡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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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가는 길에 남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 달달한 거 먹고 싶은데’. 그 유혹을 참았다가 산책 후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아이스 돌체라떼. 그리고 부드러운 생크림 카스테라랑 블루베리 케이크를 테이크아웃해서 얼른 컴백홈. 돌체라떼는 변비에 효과가 좋다길래 처음 사 먹었는데 달달하고 맛있다. 우유에 죠리퐁을 탄 비싼 커피맛. 3시간의 러닝타임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몰입해서 본 영화 ‘그린 마일’과 함께한 우리집 카페 타임. 1999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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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슈퍼에 갔다 와서 이른 시간에 저녁 준비를 했다.
먼저 미역국을 끓이고, 남편은 시금치를 나는 콩나물 손질을 했다. 갑자기 우리집 분위기는 명절이 된 듯 나물을 무치고 음식을 한다. 도라지, 고구마줄기, 콩나물과 시금치, 달걀 후라이를 넣은 비빔밥 완성! 둘 다 밥이 많다고 먹다가 남기자고 했는데 언제 다 먹었지? 한 끼정도 건강하게 잘 차려 먹은 것 같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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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없으면 영화나 봐야지.
뭐 볼지 고민하다가 돌고 돌아온 영화 ‘빅 피쉬’. 남편은 보다가 포기한 적 있어서 다시 같이 보기로 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로맨틱한 황수선화 장면을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배시시. 남편은 오랜만에 국사책을 꺼내서 읽고 있다. 하루종일 동률님 노래를 틀었다가 지금은 클래식을 듣는다. 문득 둘 만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진다. 우리 지금 제일 황금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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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수를 맞은 나무.
그래서 그런지 괜히 더 힘이 세진 것만 같다. 예전엔 툭툭거리다 작은 물고기가 다니는 것 같더니, 이제는 쭈우욱 밀어내고 꿀렁꿀렁 내 배를 흔들고 있다. 나무 많이컸네 컸어. 눈을 감고 있는데 눈이 떠질 정도로 크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동률님 ‘연극’ 노래를 좋아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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