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0월 3일 토요일,
어젯밤에 내 수면 분석을 해주겠다길래 시계를 손목에 차고 누웠다. 나는 원래 자면서 많이 움직이는 사람인데, 팔을 들어올리면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그게 신경쓰여서 제대로 분석이 될 지 의문이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수면분석하는 꿈도 꾸고 뒤척였다고 하는데.. 6시간 3분 중에 깊은 수면은 1시간 12분, 얕은 수면은 4시간 1분, 깨어있는 시간은 36분. 새벽 3시, 화장실에 다녀와서 나무랑 한참을 툭툭톡톡거리며 놀다가 다시 눈을 붙인다. 벌써 아침인데 피곤하다 피곤해.
.
어제처럼 우리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귓속말로 ‘호떡이 먹고 싶다’며 알랑방구를 뀌고 호떡 찾아 삼만리. 기름없이 구운 거라 공갈빵 같은 모습이었다. 봉지를 덜렁덜렁 들고 은행이 짓밟힌 길을 피해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한 개씩 먹는 우리. 그러다 또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서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나는 오늘도 돌체, 남편은 아메리카노.
.
본격적으로 호떡을 먹으려고 준비해놓고 홈카페 사진을 찍는데 망했다. 찍은 것도 없이 엎어버린 커피. 쇼파 커버를 벗겨 세탁을 하고 또 찍는데 또 쏟았다. 고장난 이숭이인가.. 옆에서 대신 처리해주다 남편은 옷에 커피 무늬를 찍는다. 커피 한 번 마시기 거 되게 힘드네.. 영화 ‘셜록홈즈’ 절반만 보다가 집중이 안 돼서 끄고 각자 쉬기로 했다.
.
앉아서 졸다가 침대에 가서 시원하게 자고 일어났다.
건강하게 챙겨먹자고 했던 약속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왕뚜껑을 뜯어서 호로록 마시고 있다. 드라마 ‘가족입니다’ 1화를 틀었다. 파인애플을 먹고 나서 또 기절한 이숭이. 오늘 왜 이리 피곤하지.. 비몽사몽으로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어제부터 목이 뜨거워졌다. 드디어 처방받아 온 약을 먹을 수 있다. 치약같은 걸 쭉쭉 짜먹고 쓰린 목을 달래는 밤. 나 내일은 잘 챙겨 먹을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