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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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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일요일, 누워있는 시간에 비해 숙면을 이루지 못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쪽으로 누우면 쏠리는 배 때문에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들고, 가끔은 긴 타원형 모양이 만들어지곤 했다. 하늘을 보고 누웠을 때 한 쪽만 불룩해지는 뾰족한 배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나무는 도대체 어떤 자세로 있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렇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는 나. 벌써부터 그리워질 나무의 톡톡톡 태동과 불룩한 배. 그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해진다. . 7시 전에 깨서 그냥 누워있었다. 쿨쿨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봤고, 배 위에 두 손을 올려 나무를 느끼는 아침. 둘 다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 먹기로 한다. 두부를 굽고 집반찬을 꺼내고 미역국을 데워서 호로록. 모처럼 먹는 곡기와 건강한 밥상에 기분이 좋았다. 쉽지 않은 습관인 ‘20번 이상 꼭꼭 씹어 먹기’를 실천하려 한다. 천천히 씹고 맛을 음미하면서 소화 제대로 시키는 게 앞으로 나의 숙제랄까. . 삼 일째 출동하는 스타벅스.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잘 쓰고 있다. 오늘도 나는 돌체라떼,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둘 다 디카페인을 마시기로 했고, 달달한 바닐라 시럽을 넣지 않기로 했다.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음료만 마셔야지. 고소한 맛이 좋아서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금방 사라져버렸다. 킬링타임으로 드라마 ‘가족입니다’ 2화를 틀었다. 16화까지 보려면 부지런히 달려야지. . 팡팡 털어놓은 빨래에 온 집안 가득 섬유유연제 향이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누웠다. 오래 앉아있으면 불편해서 눕는 편인데, 원래 나는 머리만 닿으면 자는 사람이라 금방 곯아 떨어졌다. 잠깐 자고 일어나 호떡을 데워 먹고, 별 것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베란다를 청소하고 나는 책을 읽고 폰을 가지고 놀다가 또 낮잠 쿨쿨쿨. . 금방 저녁 시간이 돌아왔다. 메뉴는 치킨마요덮밥. 남편은 밥을 안치고 에그스크램블, 양파소스를 만든다. 나는 살코기를 잘게 뜯어서 데우고 상을 차린다. 거의 통닭 한 마리 양인데다 밥 한 그릇을 먹었으니 오늘 칼로리는 왕왕대박이겠지. 맛있다고 20번 씹는 건 깜빡했지만 먹는 동안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거면 됐다. 가위바위보 이긴 사람이 설거지 하기 내기를 했는데, 내가 져버렸다. 너무 기뻤는지 손뼉을 치고 하이파이브 세레모니까지 하던 나와 가자미 눈으로 쳐다보던 남편. 이렇게 명절이, 연휴가, 주말이 지나가고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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