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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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월요일,
임신 중에 물이나 시원한 걸 벌컥벌컥 양껏 마시질 못 한 것 같다. 원하는 만큼 마시고 나면 속이 꽉 차고, 목까지 찰랑찰랑 차오르는 느낌 때문에 불편하달까. 매일 밤 자러가기 전에 물을 마시고 싶은데 그럼 또 몸이 힘드니까 갈증이 있는 채로 눕는다. 요즘은 목까지 뜨거우니 물은 새벽에 마시는 걸로. 쉽지 않지만 오래달리기를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내딛고 있는 나,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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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에 온도가 뚝 떨어졌다.
추워서 오돌돌돌. 조만간 겨울 이불이 나올 듯하다. 오랜만에 출근하는 남편은 시리얼 한 그릇을 비우고, 사과키위주스 한 잔을 들고 회사로 향했다. 나도 과일주스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이불 속으로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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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반찬이랑 미역국을 꺼내 밥을 챙겨먹는다.
군것질이 아닌 밥을 잘 챙겨 먹을 때 스스로에게 뿌듯해진다. 책을 읽고 이것저것하다보니 다시 몸이 나른해졌다. 밤잠을 설치니 낮잠이 자주 찾아온다. 더구나 오늘은 월요일. 월요병으로 골골골거리는 나는 다시 낮잠세계로 떠났다. 나무의 꿈틀거림은 잠시 놔두고 쿠룰쿨. 하루종일 졸리고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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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6시만 넘어도 컴컴해진다.
어둠을 뚫고 남편은 퇴근 중이겠지.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서 ‘아빠가 올 시간’이라며 말을 건넨다. 유난히 더 나온 듯한 배불뚝이 모습으로 남편을 반기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밤을 한가득 넣은 잡곡밥, 어머님이 주신 LA갈비, 쌈채소와 반찬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정리하고 분리배출하고 왔는데 9시가 됐다. 역시 10월부터는 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곧 겨울이 오겠지. 나무가 우리 곁에 뿅!하고 있겠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반, 설렘 반. 우리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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