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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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화요일,
건조한 계절이 왔다.
손발이 거칠어지고 몸도 푸석푸석. 얼굴도 각질투성이라 꼬질꼬질해졌다. 자다가도 간지러워서 벅벅벅 긁느라 바쁜 밤. 잠결에 긁으면 힘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상처가 날 때도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 아찔할 때가 많다. 배와 가슴, 겨드랑이가 어찌나 간지럽던지 결국 로션 뚜껑을 열었다. 얼른 가라 앉아라.. 나무는 아는지 모르는지 배를 흔들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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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인사를 나누고 부엌으로 갔다.
따뜻한 물 한 잔으로 간밤의 갈증을 없애고 우리가 마실 주스를 만들었다. 요 며칠 사과키위주스가 맛있다고 남편은 알랑방구를 뀌길래 과일을 꺼냈다. 사과 한 개랑 골드키위 세 개. 그리고 시리얼 한 그릇을 비우고 떠나는 그와 주스를 원샷하는 나. 우리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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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연주곡을, 오후에는 동률님 노래를.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보고 싶은 영화를 틀 수 있어서, 먹고 싶은 걸 챙겨 먹을 수 있어서, 피곤하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이러쿵 저러쿵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있어서, 나의 농담도 잘 받아주는 남편이 있어서, 부지런히 크고 있는 나무가 있어서 모든 게 감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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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아주 든든히 먹었다.
후식으로 밀감 두 개랑 월드콘 한 개까지. 오늘의 영화는 ‘족구왕’. 정봉이는 공부 빼고 다 잘 하는 것 같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하고야 마는 사람에게서 받는 에너지는 아주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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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라면을 좋아하는 나는 바로 콜. 김치만두까지 먹고 싶다길래 찜기에 올리고, 물도 미리 끓여둔다. 요즘 되게 먹고 싶었던 호박고구마가 집에 도착했길래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구웠다. 고구마 냄새가 솔솔솔 풍기는 우리집. 드라마 ‘가족입니다’ 3화를 보면서 고구마에 계속 손이 가고 있었다. 이거 먹고 삶아 먹고 쪄먹고 라떼 만들어 먹어야지. 살 찌기 좋은 계절, 고구마의 계절이 왔다. 오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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