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0100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0월 9일 금요일,
0시 땡. 나무는 31주를 맞았다.
요 며칠 잔잔하게 움직이던 나무는 밤이 되어서야 잘 놀고 있었다. 자주 깨는 바람에 잠을 많이 설치긴 했지만, 순간 순간 나무의 활동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새벽. 미꾸라지처럼 파닥파닥 톡톡은 어느새 큰 물고기로 자란 것처럼 배 속을 휘젓고 다닌다. 어느날은 방광을 건드려서 찌릿하는가 하면, 또 어느날은 가슴 밑 갈비뼈 근처에서 불쑥 튀어나기도 한다. 내내 편안하렴 우리 아가.
.
호다다닥 씻고 외출 준비를 하는 우리.
동네 빵집에 들러 갓 나온 빵들을 담았다. 남편에겐 아이스커피를, 내겐 특별히 디카페인 차를 선물로 주셨다. 싱글벙글 홀짝이며 뜨끈뜨끈 피자랑 통닭을 들고 지인의 집으로 출동. 오랜만에 만난 어린이는 훌쩍 자라서 이모, 삼촌을 곧잘 부르고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순둥순둥 귀염둥 4개월 아가야도 만났다. 끊임없이 떠들고 끊임없이 먹고 끊임없이 논 우리들. 커피도 두 잔이나 마셨다 흐흐. 참 잘 먹는다.
.
배속에서 이미 애정을 듬뿍 받는 나무는 좋겠다.
이쁜 말 좋은 말은 다 듣고 있는 우리 나무. 입덧캔디, 튼살크림, 장난감과 육아용품이며, 아기 선물들을 챙겨주는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또 감사해지는 마음. 더 잘 해야겠다고, 다정해져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밤이다. 감사합니당.
.
집에 오기 전에 대리점에 들렀다.
남편은 6개월 전부터 내 폰을 바꾸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상담을 받고 왔다. 나보다는 남편 폰이 더 오래 됐는데 말이다. 바꾼다면 둘 다 바꿔야하는데, 과연 우리는 폰을 바꿀 것인지 말 것인지 엄청 고민하겠지. 장점은 새 폰, 카메라가 좋은 거. 단점은 갑작스러운 지출과 앱을 새로 깔아야 하는 거. 바꿀까.. 말까.. 일단 고구마나 먹어야지...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1008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