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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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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목요일, 아침은 왜 이리 빨리 찾아오는 걸까. 울려대는 알람을 뒤로한 채 품속으로 더 파고든다. 낑낑 끙끙. 점점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 힘든 계절이 오겠지. 보일러와 장판, 두툼한 이불의 뜨거운 공격에 매일 약해지고 말겠지. 그럴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어뜨러무차! 일어나라 용사 원투여. . 어제는 왜 그리 배가 고팠을까. 누워있으면서 계속 ‘배고프다’는 말만 수백 번 외치다 잠이 들었다. 자다 깼을 때도 배가 고팠고, 세 시에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도 배가 고프다. 일어나자마자 뭐라도 먹어야지 하면서 다시 잠이들었고, 아침에 나는 곧바로 우유랑 고구마를 입에 쏙 넣었다. 사과랑 키위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 남편 간식도 고구마였다. 샛노란 호박고구마 하나로 든든해지는 우리의 아침이랄까. . 별 것없이 보낸 하루.
종종 나무에게 말을 걸었고, 책을 읽는다. 간단하게 용품 하나 사 보려고 하다가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 허우적. 결국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아무 것도 못 샀다는 소문이..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나물 무침과 반찬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엄마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음식’이었다. 엄마만의 노하우를 공유하실 때 즐거워하시는 걸 알고나서는 자주 물어보곤 했다. 이건 어떻게 만드냐고. . 저녁메뉴가 갑자기 바뀌었다. 원래는 비빔밥이랑 추어탕이었는데, 추어탕 해동하는 걸 깜빡해서 메인이 사라졌다. 적잖이 당황한 나는 콩잡곡밥을 안치고 대패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갑자기였지만 맛있게 먹은 우리는 배부르다고 배를 두드리고 있다. . 그리고 갑자기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기본티를 사러고 옷가게도 둘렀다가 마트도 돌았다가 필요한 걸 하나씩 담는다. 최근에 산 현미를 실패해서 다시 샀고, 우유랑 키위, 사과랑 두부도 샀다. 초코 우유도 담고. 흐흐흐. 장을 보러가자 할 떄 마다하지않는, 짐을 잘 들어주는 남편이 감사한 10월의 어느날. 나무야 아빠 참 괜찮은 사람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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