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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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일요일,
한바탕 변비 폭풍이 지나가고.
자다가도 깨고 깨다가도 자는 밤이었다. 남편의 새근새근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어느새 평화를 되찾았다. 새벽에 눈이 떠지길래 쇼핑 결제 한 번 해놓고 다시 폰을 내려놓는다. 내가 한 번씩 뒤척일 때마다 나무도 배에서 같이 꿈틀거리곤 했다. 혹시 내가 깨우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나무에게는 양수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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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반에 알람을 끄고 남편은 거실로 나갔다.
나는 7시부터 혼자 놀다가 다시 눈을 붙이다보니 금방 9시가 넘었다. 누워서 고양이 식탁도 하고, 당근마켓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어슬렁 어슬렁 남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방금까지도 조용했던 집이 시끄러워진다. 그가 내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떠올랐다. ‘이숭이는 성가신데 귀엽다’고.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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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토스트를 구워서 먹었다.
우리에게 빠질 수 없는 드라마 ‘가족입니다’ 6화랑 우유 한 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먹는 게 우리가 할 일인데, 집중하는 시간은 짧아서 드라마는 수도 없이 멈추곤 했다. 포도 가져온다고 일시정지, 휴지 가져오고, 갖다놓고 치운다고 일시정지, 잠깐 할 말이 있어서 일시정지. 이러다 우리는 영화관 가기도 힘들 것만 같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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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백수처럼 누워서 놀다 일어나면 또 먹는다.
이번에는 사과랑 키위를 넣고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서 호로록. 다 마시고는 고구마를 구워서 냠냠냠. 우리는 밥 빼곤 잘 먹네. 방에서 책을 보다가 다리 마사지를 하고 나왔다. 그러다 밥이 먹고 싶어져서 밥을 안치고 어제 남은 감자탕을 데워서 한 사발씩 들이켰다.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드라마 ‘가족입니다’ 7화. 또 출출해져서 블루베리 케이크랑 우유를 꺼내서 냠냠냠. 배가 부르면 다시 눕고, 시도 때도없이 폰을 가지고 노는 일요일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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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먹었는데도 나의 변비는 갈피를 못잡았다.
오늘도 화장실에서 기쁨을 찾지 못하고, 하마터면 탈출도 못 할뻔한 아찔한 날. 물, 주스, 유산균, 우유, 채소 다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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