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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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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월요일, 갑자기 빨간 반점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사정없이 긁게 된다. 팔 다리 허벅지 손목 배 아무데나 마음대로 생겨서 미리 막을 방법이 없다. 그나마 크림을 발라서 건조하지 않게 하기로 하자. 자다가 나도 모르게 긁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남편이 크림을 발라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 혼자 감동받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던 새벽이었다. . 5시 화장실을 다녀온 뒤로 되게 설쳤다.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들지 않아서 뒤척이기만 했다. 6시 40분에 울린 알람.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남편 간식을 챙긴다. 오늘부터 삶은 달걀 두 개도 출동. 고구마도 출동. 사과키위주스도 출동. 든든한 아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름대로 정성을 담아 넣는다. . 주스 원샷을 하고 정신없이 자다 일어나 씻었다. 고구마랑 달걀을 먹고 우유로 목을 축인다. 밝은 음악을 틀어놓고 룰루랄라. 서비스센터 기사님을 기다렸다. 결혼 중에도 들이지 않은 가전제품인데, 큰맘먹고 드디어 질렀다. 그것도 건조기를. 후딱 설치하고 사용법까지 잘 알려주고 가셨다. 물통과 호스를 쓸 때 해야할 것까지도 배웠으니, 이제 남편한테 제대로 전달만 하면 된다. 뽀송뽀송 먼지없는 빨래들아 기다려라. . 남편은 오후에 갑자기 양산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퇴근한 남편이랑 갑자기 바깥음식을 사 먹으러 갔다. 오늘따라 돈까스가 왜이리 먹고 싶은지. 서문시장까지 갔지만 결국 문을 닫았고, 그 근처에서 해결을 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밥까지 리필해서 먹었다. 상가도 다 정리하고 있어서 구경을 못하고 돌아온 게 아쉬웠지만,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임산부 마크가 그려진 공간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내가 앞으로 이런 기회를 얼마나 이용할지, 아니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감사하고 신기하고 그랬다. 내가 임산부라니. . 돌아오는 길에 헤드뱅잉을 하고, 집에 와서는 열심히 고구마를 굽는다. 낮에 배운 건조기 호스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아주 당당한 자세로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더라? 아까 배웠는데.. 결국은 남편이 설명서를 보고 내게 설명을 해준다. 아이참, 머쓱머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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