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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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화요일,
어제 하루종일 흔들흔들 꿀렁꿀렁거리던 나무는 밤부터 조용했다. 낮에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를 다 쓰고 꿈나라로 떠났나. 피곤했는지, 아침에도 조금만 움직이고 꽤 조용하게 있었다. 좀 이따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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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사과주스, 삶은 달걀, 고구마, 요구르트는 우리의 간식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의 손에 주스 한 잔을 쥐어준다. 딩굴딩굴 늘어져있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진진짜라를 끓여서 호로록. 삶은 달걀도 하나 까먹으면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 1화, 2화를 연달아봤다. 사랑스러운 에밀리, 다음 얘기도 너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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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나무 만나러 병원에 가는 날.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이 너무 길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2주에 한 번도 너무 긴 것 같다. 매번 체온,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산모수첩에 기록을 해주는데 늘 신기록 달성을 하고 있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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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못봤었는데 요가이모를 여기서 만나다니. 몇 개월 사이에 달라진 모습과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다 진료를 보러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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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무가 얼굴을 보여주려나.
머리는 1주일 정도 크고, 몸무게는 1.9kg이란다. 이번에도 ‘주수대로 잘 크고 있다’는 말에 감사해지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무가 기특해진다. 하지만 나무는 엎드린 자세가 좋은지 아래를 보고 있었다. 까만 화면으로 보이는 옆모습 나무. 코는 왜 매번 눌리는지 귀여워서 쿡쿡 웃는 도치맘이랄까. 아직 아기가 자리를 잡을 시기는 아니지만 고양이자세를 종종 해보라고 하셨다. 2주 뒤에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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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이모랑 근처 카페에 왔다.
밥을 사주고 싶어 하셨는데 간단히 차를 마시기로 하고, 자몽에이드를 시켜서 수다를 떨었다. 시원한 게 어찌나 땡기던지 그 자리에서 원샷 할 뻔. 흐흐흐. 아낌없는 축하와 응원을 보내주신 요가이모 덕분에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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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을 데워먹고 콘칲을 뜯는다.
며칠 전부터 밤이 되면 목이 뜨거워져서 처방받아 온 약을 먹고 있다. 그런데도 과자는 포기할 수 없다. 부스럭부스럭. 각자 할 일을 하면서 보내는 이 시간이 나중에 얼마나 그리워질까. 그리고 또 얼마나 기쁠까. 59일 남은 이 시점에 곧 다가올 그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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