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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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수요일,
행복이 곁에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많이 잔 것 같은데 아침이 오기까지 시간이 엄청 남았다거나, 눕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고 눈이 번쩍 떠질 때 등등. 우리의 행복은 전자. 11시에 자다 깨서 새벽 두 세시 정도 된 줄 알고 시계를 봤더니 12시 반이었던 그때. 너무 좋아서 그밤에 오예!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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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일어나는 건 힘드냐..
부랴부랴 부엌으로 가서 간식을 챙긴다. 남편이 씻고 나온 시간이랑 딱 맞춰서 완료. 결혼하고 1년은 매일 쪽지를 남겼었는데 그걸 어떻게 매일 했나 몰라. 흐흐흐.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 출퇴근에 현관문까지 나가서 인사를 질하고 있는 내 마음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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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고구마, 삶은 달걀과 우유.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한입피자 하나를 뜯었다. 전자레인지를 돌리려고 하는 순간 기계는 베란다에 나와 있다. 그거 하나 먹어볼 거라고 낑낑 들고와서 데워 먹는 나의 의지에 박수를.. 맛있네. 어제 보다 만 ‘에밀리, 파리에 가다’ 3~5화까지 연달아 틀었다. 뒷 내용 궁금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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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에 만나는 동네언니네 부부.
수다도 떨고 맛있는 거도 먹는 친목 모임이랄까. 우리는 저녁밥을 먹는 사이. 이번에는 새롭게 베트남 음식이 결정됐다. 밥을 좋아하는 나는 볶음밥을, 남편은 쌀국수를, 언니네 부부도 각자 입맛에 맞게 하나씩 주문했다. 귀여운 아가야는 지난 번보다는 덜 경계를 하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얘기를 하다가도 모든 관심은 아기에게로 간다. 이유식을 먹이거나, 몸으로 놀아주는 일, 그 외에도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나무. 나중에 여섯 명이서 만나면 또 어떤 느낌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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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많이 했는지, 평소보다 간식을 적게 먹었는지 허기가 진다. 목이 뜨거운 거랑 별개로 배가 고픈 건 왜일까. 약으로 목을 달래줬으니 고구마로 속을 달래줘야겠다. 갓 구운 호박고구마는 내게 유혹이라도 하듯 향기를 폴폴 날리고 있길래 홀랑 넘어가버렸다. 고구마 맛있잖아.. 먹은 거 후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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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배가 훅 나온데다 튼살은 좀 더 짙어지고 있었다. 아직 31주 밖에 안 됐는데, 무려 2개월이나 남았는데 몸이 무거워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배꼽도 바닥을 드러내더니 뿅 튀어나오려 한다. 목구멍은 뜨거워지고, 나무는 나의 배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무의 움직임은 참 귀엽기만 한데 오늘따라 심하게 단단해지는 배가 꽤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숭이 힘내.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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