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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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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목요일, 어젯밤에 일기를 쓰고 방에 왔더니 남편은 불을 켜 놓고 이불을 얼굴에 덮은 채로 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바빴다더니 피곤했을 거라며,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살금살금 불을 끄고 눕는데 갑자기 웃음이 터진 남편. 알고 보니 장난친다고 자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나. 내가 언제 이불을 들출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장난꾸러기 좀 보소. . 아침은 키위사과주스. 점심은 햄버거. 든든하게 먹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 5~7화를 보면서 파리에 푹 빠졌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노래와 음악이며, 세련된 영상미, 주인공의 패션센스와 이쁨에 반하고 반하는 시간. 너무 사랑스럽잖아. 나도 파리에 가고 싶어졌다. . 요즘 우리집엔 택배가 하나둘씩 쌓이고 있다. 명분은 아기용품과 출산 준비인데 얄궂은 것들을 사고 있는 나였다. 겨울이니까 따뜻한 차를 마셔야겠다고 차를 주문하질 않나. 차를 끓여 마시려면 주전자가 필요하다고 찾질 않나. 그보다 더 큰 문제점 발견. 잘못 주문한다는 거다. 남편 목티를 베이지만 잘못 산 줄 알았는데, 블랙을 네이비로 샀다. 해충제도 잘못사고. 세상에 똥손 똥손 이런 똥손이 없다. 눈이 이상한가.. . 저녁은 김밥이랑 육개장 컵라면. 간단히 먹고 후다닥 짐을 챙기기로 했다. 내일은 남편 출장, 주말엔 서울, 월요일부터는 통영. 막바지 장거리 여행이 될 지도 모를 여정에 부디 조심히, 잘 다녀오기로 나무랑 약속을 하고 또 약속을 했다. 귀여운 나무는 지금은 자는지 조용하고, 괜히 초음파사진을 보면서 웃음짓는 가을밤. 8개월 마지막 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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