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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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금요일,
먼 곳으로 출장을 가는 남편.
간식은 밀감, 고구마, 젤리였다. 커피를 내릴 시간도 없어 물만 마시고 출발. 어젯밤에 알람을 맞췄는데 내 폰은 울리지 않았다. 오후 6시 40분으로 맞췄다나 뭐라나. 늦잠을 자고 일어나 부랴부랴 씻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 목표는 안전하게, 조심히 서울에 도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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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를 들를 때마다 먹게 되는 핫도그 아니면 소세지.
오늘 눈에 들어온 것은 못난이 핫도그. 케찹이랑 머스타드 소스를 주루룩 뿌려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휴게소마다 하나씩 사 먹으면 참말로 좋겠지만, 내 위장 크기는 한정적이고 방광은 예민한데다 배는 자주 뭉치는 편이라 조심할 수밖에. 나무는 아빠차타면 좋은지 꿀렁꿀렁 더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 9개월 시작이라 자축댄스를 추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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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에 ‘서울’ 글자가 보이니 너무 반갑다.
종종 가던 길이었는데 몸이 무거워지니까 서울이 꽤 멀게만 느껴졌다. 입에 모터를 단 듯 수다를 떨고,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 흥얼거리다 젤리를 뜯고, 헤드뱅잉을 하다가 도착한 서울. 서울 서울 서울 노래가 저절로 흘러 나온다. 캄캄한 밤이 된 서울, 똑 떨어진 온도, 젊은이들의 불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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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친구랑 셋이서 파스타, 리조또를 먹었다.
자주 허기가 찾아온 탓에 열심히 맛있게 입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먹다가 흘리면 배 위에 떨어지는 그런 몸이 됐다. 이것조차도 받아들이게 되는 9개월 임산부, 뒤뚱뒤뚱 오리걸음 영락없는 임산부였다. 아까는 감기가 올 것처럼 귀도 아프고 목도 따갑고 아픈가 싶더니 밥 먹고 나니까 쓱 사라졌다. 다행이다 휴우. 여보야 나무야 이숭이야 주말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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