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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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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토요일,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새벽 내내 우리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가 궁금한 이숭이. 눈 감고 있다가도 무얼 하고 있는지 보게 되는 마성의 동물. 곯아 떨어진 우리 발 밑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가 귀여운, 온기가 따뜻한 밤이었다. . 두구두구 디데이. 서울에 온 이유. 지인으로부터 베이비샤워 파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만삭사진 촬영이라니. 너무 커져버린 몸과 혹시 모를 컨디션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새 장소에 도착해서 호텔에 왔다.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하얗고 깨끗한, 반짝반짝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 예뽀라. 새하얀 꽃들이 가득한 방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남겨봅시다. 쾅쾅. . 배가 터질 듯한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근처 산책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숨이 차서 헉헉 대는 저질 체력 소유자. 이리저리 사진을 남겨보는데 마음에 들게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고 몸을 움직여본다. 마주보고 얼굴을 가까이 하는데 나는 뽀뽀가 하고 싶은지 입술을 삐죽삐죽거린다. 그 모습에 다 들 깔깔깔. 꽃병을 옮겨서 꽃을 찍고, 준비해 간 소품도 찍고 배도 찍고 우리 모습도 찍으면서 소중한 추억을 차곡차곡 남겨본다. 나무가 태어나면 이 날의 기억도 아낌없이 얘기해줘야지. .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팅부터 사진까지 우리를 멋지게 담아주려는 지인도,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는 남편도, 누워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도 잘 견뎌준 나무도 모두 다 감사해진다. 우리 만을 위해 준비된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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