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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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일요일,
남편은 새벽까지 정리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축구 결승전을 보면서 일기를 쓰고 감사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방 정리를 하는 남편에게 우크라이나 경기를 생중계를 했지만 결과는 아쉽게 끝이 났다. 새벽에 찾아온 손님. 맥주 한 캔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4시에 꿈나라로 떠났다. 우리집은 올빼미들의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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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남편이랑 남편친구는 또 없다.
며칠째 혼자 집을 지키는 상황. 부스스한 머리를 빗고 집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쓸고 닦으면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오늘 갑자기 필이 오는 바람에 창틀도 깨끗이 닦아냈다. 굳이 오늘 안 해도 되는데...... 열정과 땀이 만들어낸 깨끗한 창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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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손님이 오셨다.
남편의 일본인 친구와 가족들. 돌잔치에 봤던 아가야는 어느새 어린이가 되어 있었고, 쫑알쫑알 말을 하고 있었다. 귀여워서, 이뻐서 계속 보게 되는 여자 아이. 그러나 ‘아이가 없는 집’에서 아이가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는지.. 미끄러져서 울고 쇼파에서 떨어져서 울었다.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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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뚫고 고깃집에 갔다.
비를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같은 날에는 삼겹살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의 예상은 적중. 두툼하게 썰어놓은 고기를 소금에 찍어먹고, 소스에 찍어먹고, 쌈에도 싸 먹었다. 배가 부른데도 통닭을 시켜먹고 간식을 챙겨 먹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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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심야식당에 온 것처럼,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일어가 마구마구 들려왔다. 나 빼고는 다들 능숙하게 일어를 사용했다. 반면에 나는 단어만 몇 개 알아듣고 눈치껏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하면서 끼워 맞췄다. 아니, 그냥 못 알아들었다. 혼자 이방인처럼 다른 세계에 와있는 기분이랄까. 중간에 나를 위해 통역을 해주긴 했지만, 모든 것을 다 부탁할 순 없으니 듣기만 했다. 오늘 처음 일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단어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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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얼른 불을 끄고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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