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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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월요일,
나란히 누워서 잠이 든다.
피곤했을 테니까 정신없이 자는 우리. 그러다 잠깐 깬 새벽에 습관처럼 배를 만져본다. 서울에 다녀온 사이에 둘레와 크기가 더 커진 것 같다. 32주 아기는 매주 200g씩 자란다고 하던데.. 아기가 커진 걸까. 내가 커진 걸까. 아무튼 내 생애 가장 무겁고 거대한 배를 가진 날이다. 체중계에 올라섰는데 왜 2킬로 넘게 쪘지. 고칼로리를 참 많이 먹었던 지난 날로 고공점프를 하는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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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데우고 삶은 달걀 두 개를 챙겨주었다. 말린 작두콩 몇 개를 텀블러에 담아주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오늘 퇴근하고 오면 내가 없을 거라고 잘 지내고 있으라는 인사를 나눈다. 진하게, 애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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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아빠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신다. 그 사이 나는 장을 보고 점심식사를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 집 앞 마트에 가서 나물이랑 고기, 쌈을 사 온다. 남편 혼자서 챙겨 먹게끔 밑반찬으로 만들까해서 콩나물을 샀는데 바쁜 날엔 추천하지 않을 메뉴. 콩나물 대가리 다듬다가 시간이 다 가겠네.. 아찔해라. 부랴부랴 콩나물과 취나물을 무치고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안쳤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정말 오랜만에 대구 땅을 밟으신 부모님. 그새 배가 많이 나왔다며, 집에 살림살이가 많이 늘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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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방도 와서 같이 먹는 점심식사.
급하게 준비한 음식임에도 다들 맛있게 비우셔서 뿌듯했다. 엄마는 고생할까 봐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대신 설거지는 엄마가 다 하고, 짐도 아빠 엄마가 다 들어주신다. 가는 길에 뻥튀기 사 먹고, 집에 가자마자 엄마 옷으로 갈아입고 밀감을 먹는다. 근처에 분식차가 왔다고 해서 호떡이랑 떡볶이를 사 와서 먹고 바로 저녁을 먹는 먹방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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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와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먹고 눕고 쉬고 있다. 지난 번엔 입덧때문에 먹고 자고 쉬었는데,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기 낳기 전에 마지막이 될 통영 방문. 푸우우우욱 쉬다가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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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남편이랑 통화를 했다.
이번엔 떨어지는 게 유난히 힘들었던 나는 코를 훌쩍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더랬다. 각자 10월을 잘 보내고 2주 뒤에 만나요 우리. 나무랑 잘 지내고 있을게요. 아이유 ‘마음을 드려요’ 노래를 듣는데 또 코가 찡- 우리 사진을 보는데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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