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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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수요일,
어째 이렇게 꿈을 많이 꾸냐.
살인자가 탄 기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꿈, 친구들이랑 카레랑 고기 구워서 먹는 꿈, 영화보는 꿈 세 개였다. 그 중에서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맥주를 마셨는지 입에서 술맛이 나길래 엄청나게 놀라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임신 중인데 맥주를 마신 내가 충격적이었는데, 신기한 건 언제부터인가 꿈에서도 내가 임산부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휴 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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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닝콜을 할 수 있었다.
연애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통화, 그리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나누는 문자, 끊임없는 애정표현들, 떨어져 있어도 보고싶어 하는 마음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조심히 잘 다녀와요. 나는 잘 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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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집.
개운하게 씻고 나와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니 오빠가 왔다. 고구마 껍질을 까고 키위를 깎는다. 콩우유, 단감, 삶은 달걀, 그 외에 과일들. 통영집은 과일 부자였다. 내 입맛대로 과일을 먹고 냉장고 문을 쉴 새없이 열었다 닫았다를 했다. 그릇에는 오이가 있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나저나 나무는 10시 쯤 되면 정말 신나게 움직인다. 오랜만에 태동을 동영상으로 남겨두고 활발한 신호가 귀여워 톡톡톡 두드리면서 한참을 놀았다. 더 귀여운 건 엄마 아빠가 ‘나무야~’ 하고 부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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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외출했다가 빵집에 들러서 빵을 사 왔다.
비도 오고 컴컴해져서 낮잠자기 딱 좋아서 다들 각자 방에서 눈을 붙인다. 그러다 5시에 거실에서 모인 우리들. 통영집은 언제나 저녁식사 시간이 빨라서, 6시 반 쯤엔 다 먹고 치우게 된다. 메뉴는 처갓집 양념과 간장. 엄마는 평소에 통닭이 드시고 싶은데 우리가 없으면 안 시키시니까 오늘은 스페셜 바깥음식을 먹기로 한다. 냠냠냠. 매일매일 파티면 난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몰라 몰라잉. 그 와중에 남편은 국, 반찬 부자가 돼서 잘 챙겨 먹고 있다고 했다. 뿌듯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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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났으니 판을 벌여보자.
열기가 후끈후끈한 고스톱 현장. 열정과는 달리 순식간에 5만원 전재산을 탕진한 나. 그 5만원으로 다들 돈을 땄다고 하던데. 두사람의 몫으로 달려드는 내가 불쌍했는지 돈이 다시 돌아왔다. 헤헤.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를 하고 여유롭게 밤식빵이랑 초코우유를 먹는 밤. 일기를 쓰러 방에 들어왔는데 허리도 아프고 배가 너무 무겁다. 엎드려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내 맘대로 슉슉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고 싶다. 어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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