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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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목요일,
통영집에 온 지 4일 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고 먹는 천하태평 이숭이. 푸욱 쉬라는 아빠 엄마 말을 이럴 땐 참 잘 듣는 딸이다. 누워있어도 앉아있어도 뭘 하지 않아도 그저 평화로운 친정 라이프. 나무를 품고 있는 예비 엄마의 특권이랄까. 오늘 하루도 감사하게 시작해보자. 남편의 모닝콜, 나무를 부르는 엄마 아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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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4시, 그리고 오전 10시 쯤에는 나무가 활동하는 시간인가 보다. 거실 쇼파에 앉아서 오빠랑 같이 동백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나무는 꿀렁꿀렁 흔들흔들.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아가야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감정을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할 수 있을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우리의 가을 겨울, 나무가 있는 삶 참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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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고구마랑 두유, 과일.
점심은 LA갈비랑 남은 통닭과 반찬들.
저녁은 돼지고기 수육과 쌈채소.
엄마의 부지런함으로 나도 나날이 커가고 있다. 건강한 식단으로 다양하게 먹다 보니 매일 매일 화장실을 가고 있다. 밀감도, 과자도, 삶은 달걀도. 먹고 싶은 거 입맛대로 고를 수 있도록 알찬 먹거리와 엄마의 마음에 감사함을. 차린 게 없다고 하시지만 내게는 정말 진수성찬에 맛만 좋기만 하다. 엄마표 엄마밥 최고야. 내일 분식트럭 오면 떡볶이랑 호떡도 사 주신댔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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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을 차지하고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저녁을 먹고 아빠 엄마랑 셋이서 아파트 주변을 걸었다. 잠깐 만난 얼룩이랑 고양이들. 총총총 걷다가 배가 뭉쳐서 보폭을 줄이고 벤치에 앉았다가 또 걷는다. 벌써 4일이나 지났다니. 하루가 금방 가는 것 같아 괜히 아쉬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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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3일 째 잘 챙겨 먹고 있었다.
고기를 굽고 밥을 안치고 국물이랑 냠냠. 깻잎까지 사 와서 야무지게 먹는 그가 참 귀엽다. 나 통영에 가면 먹을 거라고 주문한 만두는 언제 뜯을 것인가. 만두 먹을 시간이 없어용. 우하하하. 지금은 세탁기를 만지고 있다던데. 마지막 자유시간을 아주 즐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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