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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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일요일,
베개 부자 이숭이.
하나는 다리 올리고, 하나는 팔 올리고, 하나는 반대쪽 팔 올리고, 하나는 허리를 받치는 용도. 그렇게 해서 갖고 있는 베개만 해도 5개다. 호피무늬 담요는 보너스. 이렇게 베개가 많은데도 목은 아프고 자세도 편하지 않아서 뒤척뒤척. 나무는 어때? 안 좁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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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집.
엄마 아빠는 등산을 가셨고 씻고 있는 사이에 남편 부재중 전화가 떠 있다. 남편이 늦잠을 자면 난 그게 좋더라. 푹 쉬는 것 같아서. 집을 다 갈아 엎을 각오로 청소를 할 거라고 한다. 자유시간인데 왜 쉬지를 않는지 몇 번이나 궁금했었는데, 그에게 쉬는 건 청소하고 유튜브 보고 영화보고 노는 거라고 한다. 청소가 왜?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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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루를 살펴보면,
빨래를 두 번 하고, 벽장정리, 화장실 청소, 청소기 돌리기, 에어컨 닦아서 커버 씌우기, 에어컨 배관 테이프 다시 감기, 자동차 에어컨 필터 교체, 고장난 선풍기 고치기 등등 엄청난 활동을 했었더란다. 만두를 쪄먹고 유튜브 보면서 낄낄낄, 어벤져스 영화를 보고, 이제는 설거지랑 음식물 쓰레기랑 분리수거까지 하고 올 거라고 했다. 씻고 누우면 11시일 텐데. 어우. 만나면 궁디팡팡 제대로 해드려야지. 꽉차고 바빴던 그 남자의 일요일이 다 끝나 간다. 고생했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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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손에는 ‘뻥소리’ 과자가 있었다.
‘나무야 까까 먹어라’하면서 내 앞에 스윽 놔두신다. 그걸 탐내는 하이에나 원투, 엄마랑 나. 낮에는 과일이랑 고구마를 먹고, 쭈꾸미랑 밥까지 먹고 낮잠을 잤다. 일어나면 저녁시간이었지. 엄마표 고등어조림에 머위잎이랑 상추, 깻잎으로 야무지게 쌈을 싸 먹는 우리 셋. 간식은 빵과 밀감. 오늘도 야무지게 먹었다. 티비를 보면서 노는데 나무는 툭툭툭 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나무가 귀여워서 엄마는 리액션왕이 되었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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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몸무게를 공유하는데
내가 남편보다 0.1kg 더 무겁더라. 아하하.
아빠 엄마보다 훨씬 무겁고... 내가 이 구역의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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