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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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월요일,
새벽 4시 2분, 나무는 꿈틀꿈틀.
내가 비몽사몽이어도, 허리랑 등이 아파 자세를 바로 잡고 있을 때에도 나무는 홀로 자기만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 속에 있는 아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너에 대한 궁금함이 가득해. 감사한 마음도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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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모닝콜 없이도 잘 일어났다.
출근하는 길에 통화를 잠깐 하고, 마지막엔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나누고 끊는다. 이제는 습관처럼 나오는 말들. 고마워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혀가 구부러진 듯, 반쯤 없는 듯 발음이 뭉개져도 표현은 잘 하는 우리. 그런 우리가 참 고맙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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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월요 대청소를 끝내셨다.
쑥대머리로 거실에 나타난 나는 과일이랑 고구마, 빵, 우유를 챙겨 먹었다. 단감 계절이라 단감에 빠진 우리는 그 자리에서 몇 개를 해치웠다. 그리고 다시 쇼파 위에 기대거나 눕는 생활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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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아빠랑 아파트 근처를 거닐었다.
목적은 광합성과 귀여운 동네 고양이 만나기. 햇빛이 있는 곳 위주로 걷다 쉬다 시간을 보낸다. ‘야옹 야옹’을 외치면 꼬리를 길게 들고 쫑쫑쫑 다가오는 얼룩이가 마냥 귀여워서 쓰다듬어준다. 발을 뗄 때마다 낙엽이 발에 걸린다. 10월의 끝자락에 펼쳐진 낙엽들을 밟으며 괜히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꼈다. 이런 시간도 감사하다고, 그리워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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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배가 고파온다.
요거트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집에 오는 오빠에게 떡볶이를 사 오라고 했다. 오늘 분식 트럭이 오는 날이었구만. 떡볶이 5천원, 호떡 4천원, 떡바 1천원 어치 사 온 큰 손 오빠 만세 만세. 엄마의 홍합밥이 나오기도 전에 떡볶이랑 분식을 입에 털어 넣었다. 저녁은 전복홍합밥으로 한 그릇을 먹고 밀감도 까먹고 초코우유까지 비웠다. 나무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는 왜 이리 배가 고픈가. 왜 다시 목구멍이 뜨거워 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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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온 남편은 지칠대로 지쳤다. 안 그래도 바빴을 월요일이라 푹 쉬라고 했더니 지금 맛동산을 뜯었다나 뭐라나. 당이 떨어졌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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