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1월 10일 화요일,
새벽에 깨면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든다.
어둠이 깔린 시간이지만, 바깥에 버스소리가 들리면 ‘아, 5시가 넘었구나’ 알아차리는 정도. 네 다섯 시에는 보통 깨어있는데 그때마다 나무의 신호를 느끼려고 배 위에 손을 이리 올려보고 저리 올려본다. 꿀렁꿀렁 귀여운 나무. 한달 뒤면 사라질 태동이 벌써 아련해지는 요즘이다.
.
사과랑 빵, 삶은 달걀을 챙겨주는 아침.
부러 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이 아니라서 결혼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간편하게 차려주고 있다. 저녁 한끼를 준비하는데도 그마저 귀찮아하는 내가 좀 그렇지만 흐흐. 불평없이 잘 먹고 잘 배려하고 고마워하는 남편이 참 감사하다. 땡큐 여보.
.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 움직인다.
윗집 아랫집 공사가 한창이어도, 나무가 통통거려도 나는 딥슬립행. 죽을 데워먹고 좋아하는 초코칩이랑 우유까지 먹었다. 오늘부터 출산준비를 슬슬 시작해볼까나. 먼저 복지로 사이트부터 가입해야지. 내일은 빨래를 하고. 그러다 갑자기 청소에 열을 올린다. 묵직한 배는 당장이라도 아기가 나올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숨까지 차오른데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서 헉헉. 쓸고 닦았는데 티가 안 나는 건 왜일까. 아유.
.
카페에 케이크랑 커피를 사러 갔다.
퇴근한 남편은 내가 여기에 있는 줄 알고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댈롱댈롱 들고 집에 가자마자 동네언니네부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만나면 먹게 되는 파스타랑 샐러드, 볶음밥을 거뜬히 해치우는 사람들. 한 달만에 본 아기는 한뼘 더 자라서 혼자서 잘 먹고, 이가 두 개나 생겼다. 친구가 될 나무를 기다리는 다정한 이웃 덕분에 오늘도 우린 해피해피타임이었다. 늘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도, 선물도 감사해요. 빼빼로까지 받다니.. 인복많은 이숭이, 효숭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