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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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금요일,
금요일이라서 그냥 좋은 날.
주말이 가까워서 좋은 금요일. 고3으로 돌아가 친구랑 공연을 보는 꿈을 꿨고, 나무의 새로운 주수를 축하하는 것으로 아침을 열었다. 잘 잤냐는 인사로 간밤의 안부를 묻는 우리.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데 15-20분 정도 걸리는 편인데,그 시간을 쪼개어 다정한 말을 최대한 나누는 우리가 참 좋다. ‘나무야 아빠 다녀올게’ 이 말은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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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큼 자고 일어나 손수건을 걷었다.
2차 빨래 시-작. 세탁법을 찾아볼수록 다들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서 그냥 내가 중심을 잡아야만 한다. 세탁법뿐만 아니라 아기, 육아용품을 고르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기에 내 기준에 맞춰 적당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 적당함이 어렵지..) 세상엔 좋은 것, 예쁜 것이 어쩜 그렇게 많은지, 심지어 아기용품은 비싸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학교에 다닐 때도, 직장인 생활도, 인간관계도, 결혼준비와 생활도, 임신과 출산 모든 부분에서 정답은 없다는 것. 주변의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지라도 저마다 다 다르다는 것임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얄궂은데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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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점점 자리를 잡고 있는지 또 다른 통증들이 느껴진다. 밑이 빠지는 느낌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서혜부가 찌릿해지고 방광을 계속 건드리는지 화장실을 정말 자주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는 오늘부로 36주, 10개월 시작. 얼마 전에 심장소리를 들었는데 막달 임산부가 됐다. 나의 떨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왼쪽 오른쪽 트위스트 춤을 추는 우리 나무. 억!소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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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지 바빴다던 남편은 치킨을 먹어야 겠다고 한다.
해동하고 있던 추어탕은 쿨하게 안녕. 우리가 좋아하는 처갓집 양념통닭 두마리세트, 후라이드랑 간장. 신나게 뜯으면서 보는 ‘산후조리원’ 3화. 딩굴딩굴 놀다가 잠깐 자고 일어난 두 사람. 남편은 밤 열 한시에 밖으로 나갔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세차. 세차도구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올라간 입꼬리. 빡빡 닦고 오십쇼.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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