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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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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토요일, 남편은 11시에 나가서 1시 반 쯤에 세차를 끝내고 돌아왔는데, 실내는 안 했다고 했다. 오메. 그 동안 나는 먼저 자려고 누웠지만 속이 불편해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에 먹은 통닭과 아이스크림이 목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에 헉헉헉. 겨우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입을 헹구는데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변기를 붙잡고 우웩. 잊고 있었다. 지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지금 체한 걸까, 아니면 울렁울렁 입덧인 걸까.. . 일찍 일어나서 손수건 빨래를 돌리기로 했다. 지금 해놔야 하루라도 내가 편하니까 움직여야지. 그리고 다시 남편 옆에 누워서 폰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머릿속엔 ‘오늘 부디 몸 상태가 좋았으면’. 어느새 세탁기 종료음이 들려왔다. 사이좋게 팡팡팡 털어서 널고 어서 나가자 밖으로. . 알록달록 나무들과 자동차들을 뚫고 시내로 나왔다. 필요한 것 몇 개만 보고 올 생각으로 백화점에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여기서 엄청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기매장에서는 세상 우물쭈물 쫄보같더니, 푸드홀에서는 이렇게 적극적일 수가 없다. 고기 한상차림을 먹고 커피랑 초콜릿라떼를 마시는데 왜 밀크티 맛이 나는 걸까. 밥을 먹었는데 왜 간식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걸까. . 배도 부르고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예쁜 매장에 들어갔는데 여자 옷 밖에 없어서 우리는 너무 아쉬워했다. 이런 거 저런 거 안 사도 된다며 말리는 매장이모야랑 친해져서 수다꽃을 피웠다. 결국 다른 데서 이불이랑 내복을 사고 여기를 탈출할 수 있었으니..(심지어 사려고 했던 건 거의 못 샀다..) 뒤뚱뒤뚱 걸음으로 돌아다니려니 몸이 너무 무겁고, 무엇보다 체력이 금세 바닥났다. 고생했어요 우리. . 저녁엔 시부모님댁으로 갔다. 우리랑 같이 먹으려고 소고기와 쌈채소, 갓 담근 김치로 토요 고기파티를 벌인다. 항상 그랬듯이 1차로 배를 채우고 2차는 밥이랑 찌개 출동, 3차는 과일. 터질 것 같은 배를 움켜쥐고 내내 쇼파에서 쉬다가 드디어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둘 다 너무 지쳤네. 꿀잠자고 내일은 부디 쉴 수 있기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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