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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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일요일,
눕자마자 기절한 밤.
금요일 토요일밤이 늦게까지 놀기 딱 좋은데 어쩔 수가 없었다. 손은 폰을 쥐고 있지만 눈은 이미 감겼다. 딥슬립 세계로 떠난 나는 나무의 신호도 알아차리지 못 햇다. 대신 자면서도 느껴지는 피부가 땅기는 느낌. 아랫배와 허리 뒤에 있던 튼살이 윗배까지 꽃으로 피려는지 찌릿찌릿. 막달은 어메이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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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손수건 먼지를 털고 세탁기를 돌린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 걸레, 수건, 옷, 손수건 등등 몇 번을 돌리고 몇 번을 갰는지. 커피랑 빵을 먹으면서 드라마 ‘산후조리원’ 4화를 보고 나서, 계속 움직이는 우리는 과연 오늘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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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기용품을 정리해보자.
준비해둔 물건들을 거실로 다 옮긴다. 조금씩 산 것들과 주변으로부터 받은 장난감이며 내복, 산모용품 등등 한가득이었다. 세탁해야 할 건 따로 다 빼놓고 종류나 용도가 같은 것끼리 모아둔다. 그리고 캐리어까지 꺼내서 병원에 들고갈 것도 하나 둘씩 넣었더니 새삼 출산일이 가까워진 것 같아서 떨리기도 했다. 11월도 절반이 지났고, 아기를 만날 날이 26일밖에 안 남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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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우리의 후크송은 김국환의 타타타였다.
‘나무는 좋겠다~ 이불도 생기고 옷도 생기고’했더니 노래를 부른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적절한 타이밍에 터진 남편의 위트와 철학적인 가사에 흠뻑빠진 나는 콧노래로 흥얼흥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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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맥도날드 햄버거.
간단하면서도 자극적이고 맛있는 거를 찾길래 ‘햄버거’라고 정답을 알려줬다. 인스턴트를 너무 좋아하는 두 사람은 신나게 먹고, 신나게 집 정리를 했다. 탁자를 벽쪽으로 붙이고 물건들을 재배치하기. 아직 상상이 안 되지만 아기방을 꾸미는 날이나, 아기가 집에 온 날이면 우린 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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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 저녁을 차려 먹는다.
현미밥과 닭고기볶음, 추어탕과 어머님표 김치로 배부르게 먹었다. ‘가족입니다’ 10화 11화를 보고 각자 노는 시간. 설거지도, 집정리도, 저녁준비도, 뚝딱뚝딱 호작질도 함께 해줘서 감사한 남편. 우리남편 대왕 최고 만세. 둘에게 주어진 시간을잘 보내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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