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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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월요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월요일. 졸린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왔다. 물 한 잔과 사과를 먹으면서 배를 채웠고, 남편은 사과랑 삶은 달걀 두 개, 소금빵 한 개를 챙겨줬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마주 선 우리. 나중에 만나요. 안녕! . 손수건 빨래 시-작. 달걀이랑 빵, 두유를 앞에 두고 냠냠냠 먹었다. 아빠는 연말정산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내게 SOS를 보냈지만, 나는 남편에게 깃발을 흔들었다. 그의 황금같은 점심시간을 빼앗고, 나는 오후에도 계속 아빠랑 휴대전화 인증만 수십 번을 했다. 어찌됐든 했으니까 한숨 돌려야지. 손수건을 팡팡 털어놓고 컴퓨터로 아기용품, 출산용품 등 리스트를 정리를 했더니 저녁이 다 됐다. 하루 잘 가네 정말. . 메뉴는 완두콩현미밥, 찐만두, 쌈배추랑 배추김치. 노란 배추가 있는데 고기가 없는 아쉬움에 부랴부랴 만두를 찌기로 했다. 초간장을 만들고, 쌈장도 따로 만들었다. 만두킬러는 만두를 보자마자 ‘우와~’를 외친다. 캬캬캬. 후식은 밀감이랑 쿠앤크 아이스크림. 그리고 잠깐의 눈붙이기와. 손수건 2차 빨래. . 막달인데도 계속되는 태동. 자리가 비좁은지 꿀렁꿀렁 중에서도 대왕 꿀렁꿀렁도 있다. 좋아하는 방향이 있는지 오른쪽 갈비뼈 밑이 자주 튀어나온다. 궁디팡팡을 하듯 톡톡 두드려주면 살금살금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귀여운 나무. 종종 아빠랑 잡기놀이를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기분이 좋다. 곧 품에 안게 될 나무, 둘에서 셋이 된 우리를 상상하면서 오늘도 굿나잇. . 그나저나 배가 나오니까 좋은 점이 있다. 배 위에 뭔가를 올려둘 수 있다. 예를 들면, 폰이나 과자, 통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 깔깔깔. 이젠 뭘 먹다가 배 위에 떨어뜨리는 것도 익숙해졌달까. 그만큼 나무가 컸다는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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