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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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목요일, 어우 힘든 밤이었다.. 11시에 불을 끄고 누웠는데 2시가 넘었다. 잠은 왜 못 들고 배는 가렵고, 목은 자꾸 뜨거워지는지. 요 며칠 체온이 올라갔는지 자꾸만 땀이 나고 더워서 헥헥. 허리가 아파서 뒤척이다가 남편을 깨울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다. 막달은 이런 것인가.. 결국 속쓰림 방지약을 하나 먹고 다시 눕는다. . 배웅을 하고 다시 자러 갔다. 아랫집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공사 중. 쿵쿵 쾅쾅이 신경쓰이다가 나중엔 들리지도 않는 숙면 이숭이 선생. 잘 자고 일어났다며, 샤워를 하고 나왔다. 몸을 숙이는 것도 숨이 차지만, 이렇게 동글동글 배를 가진 내 모습도 괜찮다. 나무를 품고 있는 이 순간들이 내게 배움이고, 삶의 연료가 될 테니까. . 36주 6일, 나무 보러 가야지. 처음에는 부끄럽던 몸무게 재던 것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혈압을 재고 막달 검사가 들어간다. x-ray 촬영과 채혈, 소변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거치고 담당 선생님을 기다리는 두 사람. 나무는 과연 얼굴을 보여줄 것인가! 들어가자마자 ‘운동 많이 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어버버 대답했더니 운동 많이 해야한다고 엄청나게 강조하셨다. 2주 사이에 나무는 쑥쑥 자랐고 몸무게는 2.8kg란다. 초음파에 보이던 전신샷은 이제 얼굴만으로 꽉 찼다. 이번에도 코가 왕창 눌린 채로 만난 우리. 귀여워 정말. 반가워 나무야. .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시간이 없어서 참치김밥 한 줄씩 들고 각자의 장소로 복귀를 했다. 나는 집으로, 남편은 회사로. 간밤에 내린 비와 무자비하게 흔들어대던 바람때문에 가을 낙엽들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괜히 계절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기분. 천천히 와 줘 겨울아. 김밥, 두유랑 크림빵 하나를 먹고 푸욱 쉬었다. 딥슬립 2탄. . 저녁메뉴는 완두콩현미밥, 쌈배추, 양념닭고기, 두부부침, 나물무침. 집밥을 해 먹을 거라는 약속을 지켰다. 음식하는데 열정을 쏟고 먹는데는 의지가 없는 이숭이는 깨작깨작거린다. 그럼에도 깨끗하게 비운 남편 대단해. 짝짝짝. 남은 저녁은 빨래를 하고, 수납장을 고르고 밀감을 까먹는데 시간을 보냈다. 흐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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