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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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일요일, 요즘 매일 먹는 속쓰림약. 임신 중기부터 목이 뜨겁더니 꾸준히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 목이 뜨거울 때마다 하나씩 쫍쫍쫍. 민트맛? 치약맛 영양제라 생각하면서 먹고나면 어느새 뜨거움이 가라앉는다. 새벽에 뜨뜻함이 올라올 때면 어둠 속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눕곤 한다. 출산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또 한 번 믿어보기로. (대학가면 살 빠진다, 아기 낳으면 생리통이 사라진다 등등과 같은 위로에 현혹되는 자는 바로 나) . 비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잤다. 9시에 일어나서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나왔다. 일 때문에 우리동네 근처에 오신 시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둘이서 준비하는 점심. 남편은 하드웨어, 나는 소프트웨어 담당. 밥과 소고기미역국을 끓이고 굴전을 부치는 것 모두 남편이 다 했다. 나는 그저 옆에서 도와주기. 으쌰으쌰해서 준비한 음식이 다 됐을 때쯤 집에 오셨다. 어머님표 반찬들과 함께 넷이서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나무 배냇저고리와 용돈까지 주신다. 아버님 추천 이름 3개도 받고, 유리문도 고쳐주시는 선물같은 날. 씩씩하게 잘 낳아보겠다며 큰 포부?를 밝히는 며느리는 부디 그 다짐이 이뤄졌으면. . 둘이서 호다닥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튀어나오는 말 ‘집이 최고’. 수다를 떨다가 각자 폰을 하다가 점점 눈이 감기는 나는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잠을 자고 일어났다. 다시 시작된 싸-한 느낌의 배, 그리고 새로운 치골통. 아기가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날이 지날수록 골반 주변이 아파오는 것 같다. 허리까지 아파서 절뚝절뚝거리며 걷는 내가 낯설지만, 유난히도 신난 우리 나무를 보며 힘을 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진짜 나무, 남편과 부모님들이 있으니 이숭이 으쌰으쌰하자. . 그나저나 거실조명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바꿀 수 있을까. 결혼할 때부터 고민이었던 이 조명을, 어떻게 뭘로 바꿀 건지. 궁금하다 궁금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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