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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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월요일,
자기 전에 왼쪽 허리를 꾹꾹 눌러주는 남편.

몇 번의 터치가 통증을 꽤 줄여준다. 누울 때, 일어날 때 ‘아고고’ 소리를 적게 낸달까. 예전에는 눈치게임을 하듯 먼저 폰을 내려놓고 이불에 눕는 사람이 ‘누웠다’을 외치면 그날의 불끄기 담당에서 탈출하곤 하는데, 요즘은 불끄는 것도 남편이, 설거지도 남편이, 쓰레기 버리는 것도 남편이 다 하고 있다. 헤헤. 고마워용 여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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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
일기예보를 보면서 이번 주는 추울 거라고 패딩조끼를 꺼내둔다. 따뜻한 물, 사과랑 삶은 달걀과 도넛, 우유와 요구르트를 챙겨주고 현관문을 나설 때까지 쫑알쫑알 수다쟁이가 되는 이숭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눈을 마주치고 파이팅을 외치는 한 주의 시작. 먼데이 파워 우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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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은 음식을 꺼냈다.
뜨끈뜨끈 밥도 있고 미역국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미역국, 그리고 여러가지 반찬들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후식은 호떡.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를 데웠더니 더 맛있다. 냠냠냠. 며칠을 끊어서 보던 영화 ‘사랑의 레시피’를 드디어 다 봤다. 그다음 일은 수건을 빨고 마른 옷들 먼지털기, 수건 건조, 대망의 냉장고 청소. 먹을 거라고 넣어둔 음식들이 공간을 차지해서 한가득 정리를 하고 왔다. 휴우. 홀가분하면서도 괜히 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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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통화를 하고 누워서 쉬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저녁을 차린다. 현미밥을 안치고 또 미역국을 데웠다. 헤헤. 내일도 미역국이지롱, 오예. 쌈배추랑 다시 만든 양념장, 밑반찬을 꺼냈다. 요즘은 저녁밥 먹을 때 의욕을 많이 상실하는 이숭이. 가슴 밑이 답답해서, 위가 꾹 눌러지는 게 느껴져서 팍팍 먹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방법은 서서 먹는 것. 나도 남편도 같이 서서 먹고, 국에 밥을 말아서 호로록 들이켠다. 서서 밥을 먹다니. 이제 이것도 일상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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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에도 활발한 나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샥샥샥 민첩한 움직임이었다면 이제는 천천히 꾸물꾸물, 대신 큰 울림이 있다. 하루에 딸꾹질도 여러 번을 하곤 한다. 양수도, 공간도 부족해져서 좁게 느껴지겠만 나무야 우리 곧 만나자. 최대한 있고 싶을 만큼 있다가 나와.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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