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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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화요일, 밤만 되면 뜨거운 목. 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가끔은 잠이 이겨버리는 바람에 그냥 지나치곤 한다. 화장실도 자주 들락날락거리고, 목은 건조하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이 몸이 무거운 37주 4일 이숭이. 아기가 점점 골반을 향해 자리를 잡는지 밑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나무가 잘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지면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너의 세계, 너의 공간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 다정한 남편은 오늘도 회사에 나간다. 도착했다고 연락을 하는데 그 중에 매일 꼭 하는 말이 있다. ‘고마워요’. 3년 넘게 우리가 아끼지 않는 표현들 덕분에 꽤 지혜롭고 솔직하고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고 믿는다. 아기가 태어나서도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자고, 좋아하자고, 표현을 듬뿍하자고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 효숭이 럽럽럽. . 점심 메뉴도 미역국. 좋아하는 반찬들 다 꺼내서 열심히도 먹었다. 영화 ‘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보는 동안에 초코칩이랑 우유는 간식이었다지. 남편 회사옷을 빨고 다림질을 했고, 택배상자를 뜯는 기쁨도 만끽했다. 나무방이 언제 완성될 진 몰라도 수납장 들어오고 물건들 하나둘씩 넣으면 어느새 아기가 있는 집이 되어있겠지. 가방도 얼추 챙겨놨으니 이제 정말 기다리면 되나. 두근두근. . 퇴근한 남편은 친구를 만나러 갔다. 모처럼 저녁에 밥을 안해도 돼서 편의점 사냥을 떠나기로 했다. 남편 외투를 껴입고 배가 나온 채로 뒤뚱뒤뚱. 삼각김밥, 샌드위치, 인절미과자랑 초코쿠키를 사 왔다. 하마터면 다 털어올 뻔 했네. 냠냠냠. . 참, 사기꾼이 가득한, 양심에 털난 사람들이 많은 중고나라에서 미스터트롯 티켓을 구했다. 그것도 정가로 양도하는 아주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남편이랑 같이 가서 티켓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캬. 어머님이 좋아하셨으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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