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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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목요일,
1시 40분즈음만 되면 목이 뜨거워진다.

그 시간에 위산이 뿜뿜 나오나. 나무는 그 시간에 위 누르는 걸 좋아하나. 앗 뜨거 앗 뜨거. 이번에도 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참아낸다. 그리고 남편 손이 나 쪽으로 뻗어져있길래 슬쩍 만졌더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이참. 미안합니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었나요. . 처음 보는 숫자. 몸무게는 신기록 달성. 10킬로만 찌고 싶었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마지노선도 없이 쭉쭉 올라가고 있다. 지난 번에 남편이 발로 내 의자를 밀었는데 안 밀리던 게 갑자기 생각나는 건 뭐람. 통영집에 갔을 때 내가 몸무게 넘버원이 생각나는 건 또 뭐람. 나무가 잘 크고 있..겠지..? 나만 큰 건 아니겠지? . 택배가 쌓이고 있다. 수납장과 거실에 깔 러그도 왔다. 똑 떨어진 튼살크림도, 마트 대신 장을 봤던 감자랑 요구르트도 있다. 러그만 깔아도 벌써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거실 한 가운데에 있던 테이블은 벽으로 붙었고, 알록달록 장난감 등장에 이제 누가 봐도 아기있는 집. 이불 빨래를 하고 생각나는대로 틈틈이 캐리어에 물건을 챙겼다. 2주정도 뒤에 떠날 출산, 조리원 여행을 위해. . 나무야 안녕.
일주일 사이에 쑥쑥 클 줄 알았는데 2.9kg였다. 배가 내려온 것 같아서 물어봤지만 아직 아니라고 했다. 막달검사에서 철분수치가 낮다고 주사 한 대를 맞고 나왔다. 운동은 계속 하라는 말과 함께. 다음주엔 긴장되는 내진이 기다리고 있다. 후하후하. 나 떨고 있니.. 오늘도 꾸욱 눌린 코로 얼굴을 보여주던 나무야 반가웠어. . 공원을 돌다가 집으로 왔다. 바깥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려다 밥을 안치고 소고기미역국을 끓인다. 냉장고에서 꺼내주기만을 기다리던 시금치 한 봉지의 눈빛을 뿌리치지 못 했다. 시장에서 산 거라 양도 어마어마해서 큰 솥으로 두 번을 데치고 무쳤다. 갑자기 큰손이숭이로 변신해서 나물비빔밥을 만들었다. 고추장, 참기름, 후라이까지 있으니 꿀맛. . 먹자마자 드러누웠다. 이제야 바닥생활을 하는 우리는 각자 폰을 가지고 놀다가, 방 정리도 하고 주수사진도 남긴다. 선물받은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순산기원’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밤. 나무야 기억하렴. 세상엔 따뜻하고 감사한 사람들이 참 많단다. 우리 나무도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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