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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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금요일,
조용한 새벽, 나무랑 노는 시간.
손인지 발인지 모를 무언가가 옆구리를 부욱 누른다. 일부러 잡아보려고 내 손을 갖다댄다. 그럼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쑤욱 올라오는 나무. 술래잡기처럼 나무를 찾으러 다니고 요리조리 피하고, 설렁설렁 잡히기도 하는 우리 둘 만의 그 순간이 좋았다. 잠시 배꼽부분에서 손 같은 게 느껴졌는데, 진짜 아기 손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며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던 우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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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늘어가는 살림들.
사는 건 많은데 줄이지 못하는 못버림병. 오전에 당근마켓 손님이 다녀가고 겨우 하나 비운다.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네. 늘리는 만큼 버려야 하는데 집이 꽉꽉 차고 말았다. 이제 시작인데 어쩌지.. 그러는 중에 택배가 왔다. 세제와 핫도그. 집도, 나도 다 커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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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는다.
내사랑 미역국. 밥도 있고 반찬도 많아서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정말 자주 먹게 될 미역국이지만, 소고기 미역국이 참 맛있다. 호로록 호로록 국물에 말아먹으면 괜히 힘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철분제는 오늘부터 두 알씩 복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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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음식을 사 먹는 금요일.
남편이랑 먹는 피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산후조리원’ 7화를 보면서 울고 웃는 밤. 먹고 누우면 소가 된댔는데 스스로 소가 되기로 한 우리들은 벌러덩 누웠다. 폰을 가지고 놀다가 남편 옆에서 잠이 들었다. 남편도 쿨쿨쿨. 이번 주 유난히 침대를 못 벗어난다며, 나태하게 보낸다는 남편 말에 ‘우리의 자유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금을 즐겨야 한다’고 했다. 38주 시작, 앞으로 남은 14일 정도. 둘에게 집중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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