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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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토요일, 알람이 울리는 토요일 아침. 남편은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출동. 나는 일어나지 말고 더 자라고 문을 조용히 열고 나갔다. 그러다 쨍쨍쨍 시리얼 떠먹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나무랑 배웅이라도 해야지. . 3시 쯤 돌아온다던 남편은 오후 일찍 집으로 왔다. 뭐 사갈지 물어보다가 뭘 떠올려봐도 솔깃하지 않다. 갑자기 생각난 토스트. 이삭토스트를 먹기로 했다. 배달비 때문에 4개 시킨 건 왕비밀. ‘산후조리원’ 마지막회를 보면서 낄낄낄 웃다가, 조만간 경험할 것들에 설렘과 걱정이 오갔다. .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에 팡팡 털어 널었다. 이럴거면 건조기 왜 샀냐 우리. 실내자전거는 베란다로 나가고, 현관문에 있던 수납장 박스들을 방으로 옮겼다. 내일은 아마도 조립하는 날이겠지. 남편의 장난감 체험이 될 지, 애증의 시간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크크. 그리고 우리는 분리배출을 하러 나갔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상자들을 치우면서 상황극 좀 해보려는 나. ‘뭐 많이 사싰..’ 말 좀 걸어보려는 순간 남편 안경이 날아갔다 저 멀리로.. 곧바로 사과를 한다. 아, 미안합니다. . 방을 따뜻하게 데워놓고 누웠다. 잠깐 눕는다는 게 쿨쿨 잠이 들었다. 남편은 다행히 편두통이 사라졌다고 했다. 거실에서 빈둥빈둥거리는데 수면양말이 눈에 들어온다. 플라스틱 고리를 자르다가 엄지손가락만하게 구멍난 양말. 회생불가라.. 자르고 손목에 끼울까 말까 생각 중이다. 아이참. 예쁜 분홍색이었는데. 악마의 손 이숭이. .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는 책을 들었다. 남편은 문학책을, 나는 웹툰과 아기발달 책을 본다. 오늘도 흘러나오는 지브리 ost. 이 고요한 시간도 참 좋네. 시도때도 없이 먹고 싶어서 사과를 깎고, 이제는 감자핫도그를 데웠다. 설탕을 쿨하게 뿌리고 케찹을 발라서 냠냠냠. 오랜만에 보는 스릴러 영화 ‘하루’. 영화도 재미있고, 하루도 즐거웠고. 나무도 꿈틀꿈틀 신나고 행복했다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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