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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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금요일, 더워서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자면서 느껴지는 가슴통증도 막지 못했다. 잘 자다가도 여러 번 깨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손발이 적게 부어서 덜 아팠다는 것. 난리부르스였음에도 그럭저럭 잘 잔 것 같다. 6시 50분, 알람이 울리고 남편과 내가 일어났다. 조리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드르륵. 아침밥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젯밤부터 가슴이 단단해지지 시작했다. 돌덩이처럼 딱딱한데 조금만 스쳐도 아프고 그냥 누워있어도 아려왔다. 엎드려 누웠다고 좋아했던 게 얼마 전인데 가슴때문에 그 행복을 다시 뺏겼다. 이제 시작인 걸까. 즐거웠던 조리원 시절은 이제 끝인가.. 더 누워 있으려다가 나무가 궁금해서 수유실로 향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익숙해지기를. . 생각보다 잘 해준 나무 덕분에 젖 물리는 연습도 잘 끝냈다. 잠도 안 오는지 말똥말똥구리 눈으로 이것저것 쳐다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나를 향해 바라볼 때면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달까. 아직 흑백으로만 보이는 나무의 세계에 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내 손에서 방귀를 뀐 아기는 오늘은 재채기와 딸꾹질을 했다. 이 작은 아가가 새로운 걸 보여줄 때마다 놀랍고 신기한 엄마 이숭이. 오늘은 12월 11일이라고, 우리에게 의미있는 날이라고 알려줬다. 열 달을 품고 이 때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나무는 인생 5일째를 살고 있다고,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을 건넨다. . 점심을 먹고 눈을 붙인다. 2시엔 신생아관리 수업, 3시엔 마사지가 기다리고 있다. 가슴마사지를 하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틀은 더 고생할 거라며 방에 가서도 마사지와 유축을 계속 하라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는데.. 갑자기 울적해진다. 뜨겁고 묵직하게 아픈 가슴때문에, 이 세계는 산 넘어 산인 것 같아서, 이 다음엔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불안해서..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고는 격려와 선물을 받았다. 갑자기 새 폰이 생겼다. . 그래도 엄마는 강하니까. 7시 30분 수유콜을 받고 나무를 만나고 왔다. 배가 고픈 아기는 젖을 물어도 나오지 않으니까 몹시 화가 났다. 나라도 짜증날 것 같은데, 견뎌준 나무에게 급히 분유를 먹인다. 지금껏 제일 열심히,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또 금세 행복해지는 나.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세계는 정말 매력있네 매력있어. 잘 먹고 깊이 잠든 나무를 보며 웃는 우리. 우리 애라서 참 귀엽다 귀여워. 유축이나 해야지. 소중한 한 방울을 위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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