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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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일요일, 그리 크지 않은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불을 끄고도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가다 잠드는 우리. 단잠에 빠진 남편의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으며 평안을 찾는 시간. 새벽에도 유축을 해야하지만 알람은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겠다고 했다. 나는 과연? . 3시에 눈을 떴다. 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유축. 마사지를 하고 유축기 강약조절을 해가며 유축을 했다. 여전히 적은 양이지만 점차 늘어갈 거라 믿고 순간에 집중을 해본다. 이 다음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패스하고, 아침밥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서 밥을 먹고 또 유축해야지. 남편은 내 옆에서 쿨쿨쿨 잘도 잔다. .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거실 전등을 바꾸는 게 오늘 목표란다. 수유콜에 젖병을 챙겨들고 비장하게 수유실로 향했다. 배고파서 꺤 나무는 빨리 먹고 싶은데 또 가짜?젖을 물리는 엄마를 만났다. 뜻대로 나오지 않으니 짜증에 큰 울음을 터뜨리던 너. 문제는 빨지 않는 다는 거였다. 빨아야만 모유도 나오고 서로 연습을 할 수 있는데 둘 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빨지 않으려는 자와 젖을 물리려는 자의 팽팽한 싸움.. 나무 머리카락도 다 젖고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나는 온 몸이 땀으로.. 등도 다 젖었다. 후아. . 영혼이 반쯤 나간 모습으로 방에 돌아와 씻고 정신을 차린다. 점심을 먹고 그대로 기절. 두 시간이 지났나.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기분이 상했다.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의 속상함은 이해하지만, 젖이 안 나오는 게 꼭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요. . 남편이 조리원으로 왔는데 다시 집으로 갔다. 내가 수유실에 가 있는 사이에 미역국을 끓여오겠단다. 아이참. 밤이나 새벽에도 틈틈이 미역국이나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는 말에 바로 행동하는 사람. 그 마음을 봐서라도 나는 나무랑 젖물리는 연습을, 유축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번에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해낸 것 같다. 나의 두 남자들 모두 고마워요. . 소고기 넣어 팔팔 끓인 미역국을 통과 그릇에 담아왔다. 배고플 때 언제든 데워먹으라며 한 김 식히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주는 센스. 간식을 먹으면서 찡해진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나는 이렇게 챙겨받는데 정작 남편은 못 챙겨먹고 있으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휙 지나간다. . 아빠 면회시간. 나무는 반쯤은 눈은 감고 반쯤은 눈을 떴다. 입 크게 하품하는 모습도, 찐빵같은 모습도, 찌그러진 표정도, 굳게 닫힌 눈 모양도, 작디 작은 발가락도, 종종 보여주는 세모모양 입도, 초음파로 봐왔던 꾹 눌린 코도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보고 또 보는 나. 내 아기라서 참 귀엽다. 마냥 귀엽다. 이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하는 거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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