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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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월요일,
알람없이 잘 일어날 나를 기대했는데..
어쩌면 아직은 실전이 아니라서 모른척 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자야지 하면서. 12시에 유축하고 3시, 6시 다 패스. 7시에 눈을 뜨자마자 마사지를 하고 유축기를 꺼낸다. 단단해진 젖을 풀고 한방울 한방울 유축을 한다. 아직 양이 많지 않아서 오늘도 귀하고 소중한 모유다. 모으고 모아서 젖병 맨 밑에 눈금까지 채웠다. 나무표 콜드브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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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 나오는 밥은 남기지 않는다.
국물까지 드링킹하고 간식은 쾌변두유. 배도 부르겠다 다시 누워서 잠을 잤다. 출산하고 한동안 괜찮던 허리가 다시 삐걱삐걱거려서 옆으로 돌아눕거나, 침대에 내려올 때 아픔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아기 낳을 때 다리에 힘을 많이 줬는지, 전에 삐었던 왼쪽 발등이 또 아프고, 유축한다고 아래를 내려다본다고 목이랑 어깨는 덤으로 아프고, 발과 종아리는 여전히 부어있고, 치골통도 남아있는 것 같은. 오늘 일기 주제는 ‘아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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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해주시는 이모의 노크소리에 깼다.
틈틈이 나무 사진을 보고 ‘열심히 모은’ 모유 젖병을 두고 수유콜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10시 쯤에는 울리던 전화가 12시에 울린다. 나무야 엄마 갑니다 갑니다. 평소보다 늦게 깬 아기는 배가 고픈 상태. 젖 물리는 연습을 잠깐 하고 목이라도 축이게 젖병을 갖다대니 잘도 먹는다. 쫍쫍쫍. 분유 젖병도 거의 다 먹은 날. 어이구 우리 아가 제일 잘 먹었네. 시원하게 트림을 뿜어내고 눈도 마주치고 잠드는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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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고 왔다. 마사지실에는 라디오방송을 틀어놓는데 캐롤이든 사연이든 귀가 쫑긋해지는 재미가 있다. 조리원에 와서 아직 TV를 켜보지 않았는데, 라디오를 들어볼까해서 앱을 다운받는다. 텔레비전이 있어도 관심이 없나보다. 책을 보고 다시 딥슬립에 빠지고, 다시 유축을 하는 시간. 그러다 곧 수유콜이 와서 나무를 만나고 왔다. 모유랑 분유 조금 먹고 잠든 바람에 거의 안고 있다가 온 것 같다. 손목이 아픈데.. 괜찮아 나무야.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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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맨이 왔다.
필요한 물건을 가져온 그는 저녁에 수육을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제대로 챙겨 먹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내 앞에 짜잔!하고 그릇을 펼친다. 수육, 쌈장과 새우젓, 쌈채소들. 레시피를 보고 압력솥으로 삶았다고 한다. 열심히 만든 걸 나도 먹으라고 싸오다니.. 하. 촉촉하고 맛있네.. 내일 밥이랑 같이 먹어야지. 이 남자의 센스와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나 결혼 잘했네 잘 했어. 럽럽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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