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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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화요일,
빠빠이 인사를 나누고 잠든다.
새벽 유축을 다짐하며 쿨쿨쿨. 매일매일 땀범벅이 돼서 자다가 땀닦기 바쁜데, 허리는 눈치없이 삐걱삐걱거린다. 3시가 아닌 4시에 일어나서 유축을 하고 다시 누웠다. 모유 양은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는다. 개미 눈동자만큼씩 조금 조금.. 소중한 활동을 끝내고 다시 눈을 붙인다. 아침밥이 와도 쿨쿨쿨. 세탁기를 돌리고 8시에 밥을 먹고, 다시 유축 시작. 삼시세끼와 간식을 챙겨먹는 일상이 참 감사한데 이상하게 피곤하고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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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 어김없이 울리는 수유콜.
화장실에 있다가 전화소리에 급하게 뛰어 나왔다. 아, 아기가 있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갑니다 갑니다 나무야. 매일매일 아기를 보러 가는 길이 설렌다. 설렘만 있으면 좋겠다만, ‘오늘은 괜찮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도 함께 공존한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젖 물리는 연습을 끝내고 모유 젖병과 분유젖병을 입에 넣어줬다. 며칠 사이에 양이 는 아가야. 방귀도 붕 붕 붕 세 번을 뀌는 방귀쟁이 나무. 자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을 뜨더니 말똥말똥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아가랑 나무에게 있는 말 없는 말 이런저런 아무 말을 하는 나. 10일 된 너의 세상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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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밥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잠깐 눈을 붙인다. 2시에는 신생아목욕 수업, 3시는 마사지, 4시는 외래진료. 5시반은 저녁밥, 7시반은 간식, 그 외 유축은 별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프로그램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나의 하루는 왜 이리 바쁠까. 왜 이리 피곤할까. 아무것도 안하고 자고 싶은데. 피곤해서 살이 빠졌나. 붓기가 빠졌나. 아우. 그나저나 신생아목욕..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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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 수유콜, 나무를 만났다.
아까 안자고 놀더니 그뒤로 엄청 잤나보다. 많이 잤다고 하던데, 잠깐 먹이고 깊은 잠에 빠진 나무는 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삑삑 숨소리에 약간 거친 코막힘 소리가 불편해보이지만 내 눈에 너무 사랑스러운 너. 너랑 있는 시간은 참 좋은데 엄마 손목이랑 등이 좀 아프네..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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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40분, 해피맨이 올 시간이다.
집에 왕뚜껑을 발견하고는 좋아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다. 혼자서 해먹는 서양라면. 로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내 방에 놀러왔다. 바깥은 영하라 호돌돌 추울텐데 롱패딩에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오자마자 생수 떠주고 가습기 물을 채워주고 나대신 움직여준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하며 떠들다 집으로 돌아간 순간, 빈자리가 너무나 컸다. 갑자기 조용해진 방, 잠깐이었지만 반가웠시용용용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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