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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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수요일, 새벽 유축은 저 멀리로. 6시에 일어나서 유축기에 집중하는 시간. 모유 양이 늘든 안 늘든 그냥 꾸준히 하는 거에 의미를 두자. 곧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 돼서 연락을 했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잘 잤냐는 인사를 나누고 끝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우리. . 그대로 잠들었는데 밥이 방에 들어온 줄도 몰랐다. 8시 반에 겨우 정신을 차렸나 싶었는데, 다시 한 시간이 흘렀다. 9시 반에 아침을 먹고 여유를 부리는 이유는 병원 전체 소독으로 오전 수유콜이 없기 때문에. 오예! 하면서 쉬다가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노래 두 곡이 마음에 들었다. 성시경-두사람, 우효-꿀차. . 땀을 뻘뻘 흘리고 방에 오자마자 점심을 먹는다. 2시엔 배냇저고리 만들기 수업. 바느질이었다면 빼먹었을 거지만 스텐실기법으로 문구를 새기는 거라 다녀왔다. ‘오래오래 행복하자’ 글자에 물감을 찍은 붓을 콕콕콕. 아무 생각없이 하니까 참 좋네. . 예전에 통영에서 일할 때, 산모들의 산후우울증 예방을 위해 산후조리원으로 외부 프로그램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나는 그냥 부담당자라 옆에서 챙겨주는 역할이었는데 갑자기 그때가 떠올랐다. 내용은 만다라와 미술심리상담. 산모들 각자가 원하는 색깔을 골라서 만다라를 색칠하고, 상담사가 심리상태를 들여다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데 실제로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색칠하는 것 자체에 안정을 느끼는 분들도 많았고. 나도 배냇저고리를 만들면서 그냥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달까. . 방에 오자마자 울리는 수유콜. 갑니다 갑니다 나무야. 오늘도 계속되는 젖 물리기 연습. 아까 짜놓은 모유를 먹이고 안았다, 트림을 시켰다가 분유를 먹였다가 또 안았다가. 반복되는 시간. 우리 아가는 오늘도 귀엽네. 완두콩같은 발가락은 또 심장 콩콩콩. . 방에 가서 밥을 먹고 또 기절하듯 잠들었다. 오늘 끝일줄 알았던 수유콜이 또 울린다. 당황스럽지만, 기쁘게 달려간다. 기쁘게 ‘나무야~ 잘 잤어?’하고 불러본다. 분유를 되게 잘 먹는다 생각하고 뿌듯해하던 순간, 목에 걸렸는지 갑자기 분수토를 했다. 나무랑 내 몸엔 분수토대잔치. 갑자기 아기를 데려가서 갑자기 허전해진 나. 아쉬운 마음으로 방에 돌아온다. . 해피맨이 올 시간. 면회시간에 맞춰 그가 왔다. 쿨쿨 자고 있는 나무를 창밖에서 바라보는 우리. 11일된 나무는 200g이 늘어 3.39kg이 됐고, 새벽 1시에 배꼽이 떨어졌다고 했다. 너의 하루를 다 기록하고픈 엄마의 마음. 그리고 오늘도 여전한 다정한 남편, 우리 남편. 밖은 추워도 나는 너무 따뜻한 계절을 보내고 있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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