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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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목요일,
비좁은 듯 비좁지 않은 침대.
집이 아닌 곳에서 같이 자니까 어디 놀러온 것 같기도 하고 새롭네. 더우면 이불을 걷어찼다가 새벽엔 추울까 봐 덮고, 덮어주는 습관은 장소를 가리지 않더라. 드르렁 쿨쿨. 새벽 유축도 안 하고 잤는데 아침이 금방 와버렸다. 일어나기 싫어라. 편한 집 놔두고 일부러 여기서 자고 가는 남편이 고마워서, 오늘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하는데 눈치없이 재빠르게 쾅 닫히는 문이여, 질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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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축을 하고 밥을 먹는다.
적어도 30분에서 길게는40분은 걸리는 유축시간. 아래를 내다보고 있노라면 어깨랑 목이 빠질 것 같은데, 아기까지 안고 보려면 엄마들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정말. 양이 늘면 좋겠지만 변함없는 모유를 소중히 모셔둔다. 이거라도 나와줘서 고맙다. 나무가 먹어줘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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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수유콜에 눈을 뜬다.
배고파서 깼는지 눈뜨고 반기는 우리 나무. 매번 연습시간이 긴장되긴해도 아가를 품에 안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다. 나무는 목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나랑 팽팽한 밀당을 하는 거보면 그새 더 많이 큰 것 같아서 놀라웠다. 동그래진 볼살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엄마는 오늘도 하트뿅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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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마사지를 다녀왔다.
띵띵 불었던 발은 많이 가라앉았고, 돌덩이같던 가슴도 풀리고, 딱딱하던 다리도 꽤 말랑말랑해진 듯하다. 1시간~1시간 반동안 가만히 누워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마사지 선생님은 진짜 힘드실 것 같다. 나같은 산모를 만나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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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켰다. 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찜질방에 가서 땀을 쭈욱 뺀다. 허리랑 등을 지지면서 나무 사진을 돌리고 돌려보던 나. 배 속에 있던 나무가 언제 이렇게 세상 밖에 나와서 울고 웃는지.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는 나무야 오늘도 고맙다. 나를 엄마로, 어른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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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욕과 샤워를 끝내고 기절하듯 잠이 든다.
누가 조리원 시계 태엽 세게 감았나. 조리원천국이라더니 왜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지.. 물론 밥을 내가 차리지 않아도 되고, 아기를 잠깐만 봐도 되니까 천국은 맞는데.. 널널하고 여유로운 조리원 생활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집에 가서도 일상이 될 유축 루틴과 일거수일투족 나를 가만두지 않을 아가와의 생활을 생각하면 여기가 천국인 것 같네. 쉬지 않고 반복되는 밥 시간과 수유콜. 나무는 오늘도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자고 놀았더니 몸무게가 늘었다. 어제는3.39kg, 오늘은 3.4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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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을 입은 해피맨이 왔다.
하루쯤 쉬어도 된다고 했는데 늦게라도 온단다.야채볶음밥을 만들어먹고 양이 적다며 아쉬워하더니 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소화되니까 가만히 있으숑.. 11시 반까지 놀다가숑. 헤헤헤. 오늘의 뮤직박스는 브라운아이드소울과 김동률. 캬. 좋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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