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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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금요일, 새벽 유축 패스, 화장실도 패스. 시계를 보는데 딱 6시 반이어서 몽롱한 상태로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외계어였는데, 남편은 내 연락 아니었으면 늦잠잘 뻔했다며 고맙다고 했다. 엄청난 걸 해낸 것 같고 그렇네. 다시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밥이 차려져있다. 너무 잘 자면 입맛없는 상태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비몽사몽이숭이는 의무감에 밥을 먹고,유축기 곁으로 다가갔다. 조리원은 기승전유축이구나.. . 뭔가 엄청 바쁘게 보낸 하루.. 9시 50분 수유콜이 울린다. 열심히 모은 모유팩을 가지고 나무에게 다가가는 나. 말똥구리 나무는 배가 고픈지 열정적으로 달려드는데, 빠는 힘도 생겼는지 오늘 제일 오래 젖을 물렸다. 비록 한 쪽이지만 나는 상당히 만족한다. 잘 것 같더니 눈을 반짝이는 나무를 보내고 마사지를 다녀왔다. 나의 붓기를 빼주시는 일등공신 선생님 덕분에 5킬로나 빠졌다. 헤헤. . 방에 와서 점심을 먹고 찜질방에 들어가서 땀을 뺐다. 이 뜨끈한 방도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고 싶어지네. 좌욕과 샤워, 세탁기 두 번을 돌리고 한 숨 돌리나 싶을 때 다시 시작되는 유축타임. 물도 간식도 먹을 시간이 없는 이상한 조리원 라이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침대 근처도 가지 못한 가깝고도 먼 거리.. 일주일에 한 번씩 깎는 손톱발톱은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또각또각 깎고 드디어 누웠다. 책을 읽고 싶었는데 하. 그대로 녹아내려서 밥이 온 줄도 모르고 2시간을 잔다. . 깨면 다시 시작이라지. 저녁을 먹고 조금 있으면 울리는 수유콜. 나무 깼구나. 엄마 달려갑니다 갑니다. 배가 고플 때 아기는 입을 자주 벌린다. 내 옷을 쫍쫍 빨려고 하길래 ‘그건 먹는 거 아니야 나무야’하고 달래주고 젖 물리는 연습과 분유로 배를 채워준다. 뽕뽕 방구도 귀엽고 꺼억 트림도 귀엽고 귀도 귀엽고 뾰쪽 자란 머리카락도 귀여운 13일 아가야. 3.55kg, 볼살이 더 차올라 동그래진 얼굴에, 깜빡이는 눈과 빛나는 눈망울에 설레는 날. 매일 커가는 너의 하루를 응원해.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이 너에게 홀딱 반했다야. . 내일은 주말이니까 해피맨이 늦게 오기로 했다. 뭐 하냐고 물어봤더니 ‘여름옷은 옷장으로 겨울옷은 빨래통으로, 마른옷은 서랍장으로, 재활용품은 상자속으로 쓰레기는 쓰레기봉지로, 오래된음식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답장이 왔다. 그러곤 ‘나는 피로’라며 라임을 제대로 맞추는 그남자. 11시에 오면 수다나 떨어야지. 그 전에 간식 먹고 유축해야겠다. 허리업 나무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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