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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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토요일, 나의 연인은 공유였다. ‘남과 여’에 나오는 통나무숙소같은 곳에서 우리는 꽤 다정했던 걸로. 공유의 부드러운 손길과 안아주는 느낌이 따스해서 좋았는데, 달달한 꿈은 오래가지 않더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꿈에서라도 즐겨라’하고는 웃는다. 오늘밤에도 꿈에서 만나요 뻐꾹뻐꾹. . 늦잠을 자고 일어나 살방살방 움직인다. 어김없이 나오는 미역국을 먹고 10시 쯤 같이 면회를 갔다. 우리 나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깊은 잠에 빠진 아가야는 오늘따라 더 커 보인다. 넙데데한 얼굴도, 꾹 닫힌 눈도, 꼬물거리는 입술이 좋아. 마사지 받고 올게, 좀 이따 만나자. . 남편은 가고 나는 마사지실에 갔다.
젖몸살로 힘들어서 안 갈거라고 찡찡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다. 관리사 선생님의 노력으로 붓기가 꽤 빠졌고 몸도 가벼워졌다. 집에 가면 이런 여유가 그리워지겠지. 점심을 먹고 여유롭다고 생각하던 그때, 수유콜이 울린다. . 꿈뻑꿈뻑거리는 눈으로 만난 나무. 배가 고플 때만 울고 평소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잔다는 나무는 신생아실에서 선생님들한테서 이쁨을 받고 있었다. 그 이쁨.. 집에서도 듬뿍 줄 테니 잘 먹고 잘 자자 아가야. 며칠 전에는 한 손으로 뒷목을 받치면 컨트롤이 되곤 했는데, 이제는 꾹 버티는 나무가 느껴진다. 많이 컸네 컸어. 하루 사이에 70g이 늘어 3.62kg라니. 아이고 기특해라. 예뻐라. .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세탁기를 돌린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부랴부랴 책을 읽었다. 앞으로 책 읽을 시간도 없을 것 같아 괜히 더 소중해지는 독서.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낮잠. 저녁밥이 온 줄도 모르고 자다가 때를 놓쳤다. 다시 울리는 수유콜에 나무를 만나고 온다. 분유 80ml를 먹는 모습을 보며 괜히 감성터지는 엄마 이숭이.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자라는 나무야, 고맙고 사랑해. . 배고픔을 잊고 누워있는다. 조리원 퇴소일이 다가올수록 잠은 늘고 입맛을 잃어가는 나. 문방구, 육아용품점에 갔다가 하루종일 집에서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바빴던 남편은 족발보쌈을 사 들고 방으로 왔다. 쿨하게 제일 큰 사이즈를 주문하고 호화로운 조리원 잔치를 벌인 우리. 출산 전 만찬은 미역국과 갈비였는데, 조리원 퇴소 전 만찬은 족발보쌈이네. 탄산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고, 날치알밥도 맛있네. 밥맛 없다는 거 거짓말. 잘 먹었습니당 여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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