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2월 20일 일요일, 자유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벽까지 놀기를 좋아하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12시 쯤에는 눕게 됐다. 새벽 1시를 넘기는 일도 드문 편. 아마도 그 다음날을 쨍쨍하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골고루 에너지를 쓰고 에너지를 채우는 패턴. 고단했을 하루를 증명하듯 금세 잠든 남편에게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온다. 옆에 쏙 달라붙어 자다가 금방 편한 자세를 잡고 제대로 잠을 자던 나. 8시 30분,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 오늘도 차려져 있는 아침 식사. 이 편한 밥도 그리워지겠지. 몇 번 남지 않은 밥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비웠다. 아침 유축을 끝내고, 불필요한 짐은 남편에게 맡긴다. 이내 우리는 아기를 만나러 갔다. 창밖에서 보는 날도, 구경꾼 역할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커튼이 열리고 마주한 나무는 눈을 깜빡깜빡거리고 있었다. 아가야 안녕. 연신 눌러대는 폰 카메라 셔터. 나무는 어째서 매일매일 귀엽냐. 하아. . 수유콜이 울린다. 쉬고 싶지만 품에 안고 싶어서, 아기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배가 고플 때 큰 소리를 내는 나무는 적극적으로 나를 반긴다. 그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모유. 괜찮아.. 분유가 있으니까. 40~60ml도 겨우 먹던 나무는 이제 80ml를 거뜬히 비운다. 3.68kg 참 많이 컸네. 자고 있을 때 한 번씩 젖병을 입 안에 넣어주면 혀로 밀어내는 신기한 모습. 의사표현이 확실한 나무를 보며 신기해하는 나무맘이었다. ‘나무야 우리 내일 집에 가. 친구들 빠빠이해서 아쉽겠지만, 집에서도 우리 잘 지내보자.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보자’하면서 내 바람을 불어 넣어본다. . 늦은 점심을 먹고 책을 읽다 잠이 든다. 2시간을 깨지 않고 내리 잤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지만 오히려 개운했다. 고구마맛탕과 우유를 먹고, 바로 저녁을 먹었다. 샤워하고 수유콜을 기다릴랬는데 샤워 중에 울리는 전화벨. ‘나무야 미안해, 엄마 샤워한다고 늦었어. 배고팠지?’하면서 나무를 달래고, 젖 물리기 연습을 해보는데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나무는 으아아앙. 80ml 원샷을 하다니. 배 많이 고팠구나.. 먹는 속도가 평소랑 다르더라니. . 책이 갑자기 재미있어지네. 시험기간에 공부빼고 다 재미있는 그런 건가. 자유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내가 조리원에 가면 남편은 그저 쉴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바쁜 그사람의 2주였다. 짐 갖다주랴, 나 챙기랴, 집 정리하고 청소하랴 아유.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 콧물 찡한 밤. 햄버거 다 먹으면 수다나 떨다가 내일을 맞이해야지. 초보 엄마, 아빠, 아기 우리 세사람의 두근두근 컴백홈을 위해. 아, 잊지말자 유축도.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1219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