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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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월요일,
오지 않을 것 같던 조리원 퇴소하는 날.
8시 반에 일어나 마지막 아침밥을 먹고 마지막 유축 시작. 짐을 챙기고 아기를 데리러 가는데 심호흡이 필요한 우리는 후하후하. 하루 사이에 나무는 뭘 먹었는지 잭과 콩나무처럼 쑥쑥 커있었다. 3.8kg로 나갑니다 빵빵.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청소해주시던 여사님은 섭섭하다며, 수유실 선생님들은 아가야 참 예뻤다며, 실장님과 수간호사 선생님은 몸조리 잘 하고 아기 잘 키우라고 하셨다. 코끝 찡해지는 순간이 온 거 보니 조리원 마지막 날이구나. 드디어 집으로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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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 예방 접종을 끝내고 차에 올라탄다.
우리 셋,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님이 미리 오셔서 점심밥을 차려주셨는데 입에 들어간 건 좀 늦은 오후였다. 우애앵 우는 아가야 소리에 부랴부랴 젖병을 찾고, 기저귀를 갈고 아기를 안아본다. 교육은 교육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더랬지. 기저귀를 어떻게 갈고 어떻게 뒷처리를 하더라.. 씻겨야 하나, 닦으면 되나.. 심지어 오늘은 유축기 없이 지내야해서 모유 대신에 분유를 먹여야 한다. 온도 조절은 또 왜 이렇게 어렵나.. 젖병소독기는 어떻게 쓰는 거더라..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말똥말똥구리 나무는 왜 잘 생각이 없나.. 소변과 대변, 분유는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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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계속 누워 있으라고, 푹 쉬라고 하시지만 내 신경은 나무에게 가 있었다. 신경만 쓰이면서 행동은 못 하는, 얼어버린 이숭이.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고 고생할 거라 미리 각오하고 왔는데도 나무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잘 먹고 잘 잔다더니 잘 안 자요 선생님.. 나도, 남편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어본다. 오늘 밤부터가 진짜, 리얼 육아시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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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은 천국이었다.
나와보니 알게 되는 행복했던 조리원 라이프. 피곤하다고, 바쁘다고 찡찡거렸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기 케어가 진짜인데 그걸 안했으니 편했던 거 맞네 맞아. 아이구,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우리 아기 2주동안 잘 봐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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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기를 쓰는 여유가 있다?
앞으로 일기가 짧아질 수도 있고, 몇날 며칠을 건너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진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기록을 해봐야지. 벌써 손목도 아픈 것 같고. 집은 참 덥고. 그런데 나무는 예쁘고 귀엽고. 아이참. 우리 방에 새로운 소리가 들리다니.. 뭔가 귀엽고 가까이 하기엔 두려운 생명체가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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