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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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화요일, 밤을 잊은 그대는 바로 나. 나무는 배꼽이 떨어졌다더만 거기에 시계를 달아놨나. 2시간마다 깨더니 밥달라고 찡찡찡. 1시 3시 5시 7시는 분유, 2시부터 틈틈이는 기저귀 갈기. 내 옆에 침대를 붙여놨더니 쌔근쌔근 자다가도 놀라는 아기를 토닥거리기 바빴고,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살펴보고, 신기해서 구경하느라 밤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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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자고 있는 남편이 피곤할까 봐 나무가 크게 울기 전에 미리 분유를 준비해놓는다. 틈틈이 남편이 나무를 달래거나, 트림을 시키곤 했는데 힘을 합쳤던 덕분에 나무는 꽤 순탄하게 보낸 것 같다. 잘 먹고 잘 자줘서 고마워. 문제는 보일러를 너무 켜놨더니 찜질방인 줄 알았던 우리집. 땀 오백리터는 흘렸을려나. 헥헥헥. . 남편은 회사에 가고 어머님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어젯밤에도 배고플까 봐 미역국이랑 냄비밥을 해주신 어머님 감사해요. 오늘부터 산후도우미 이모님 오시는 날. 초보 엄마는 이모님 옆에서 나무를 돌보는 법들을 배우면서, 쉴 생각이었는데 오시자마자 쏟아지는 질문과 살림살이와 육아용품들 준비로 바쁜 오전을 보낸다. . 2시간씩 분유를 먹고 재우려하지만 말똥구리 나무는 잘 생각이 없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올려가며 우애앵. 점심을 먹고 두 시간을 기절하듯 자고 일어났다. 내 옆에 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 같던데.. 집청소와 정리, 반찬도 만들어주시고, 안 자는 나무를 달래고 놀아주시고, 목욕에 빨래까지.. 이모님의 열정적인 활동에 감탄을 했달까. . 남편이 왔다. 퇴근 후에 기다리던 남편이 더 반가운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밥을 먹고 유튜브로 트림시키는 방법을 배우기로 한다. 단단하게 젖뭉침으로 아픈데 유축기 덕분에 모유 50ml를 겨우 모았다. 신기록일세. 맘마를 잊고 자는 나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발가락 콧구멍, 입술, 귀, 눈을 뚫어져라 기다리는 우리였다. 열탕소독도 끝내고, 다시 수유와 소변이 시작되는 밤아 부디 평화로워라. . 참,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았다. 기저귀에 소변을 누면 앞,뒷면에 있는 ‘노란줄’이 파란색으로 바뀐다는 거. 그걸 몰랐으니 쉴새없이 기저귀를 열어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확인했다지.. 세상 참 좋네. 신기해서 우아를 몇 번이나 한 건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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