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2월 23일 수요일,
둘째밤도 꽤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
조금 칭얼거리긴 했지만 쪽쪽이의 힘으로 나무를 재운다. 쪽쪽이는 또 누가 개발한 거야. 대단해 짝짝짝. 쫍쫍거리면서 스르륵 잠드는 나무는 2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깬 덕분에 나도, 남편도, 나무도 잘 잤다. 어랏, 조명도 꺼지고 쫍쫍이도 빠져있던데 누가 한 거지? 나는 기억이 없는데..
.
이모님이 오시고 샤워를 하러 간다.
이제는 내가 씻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아기를 혼자 놔두고 괜히 걱정돼서 씻으러 가지 못 하는 나. 요령이 생기면 괜찮아지려나. 오전에도 맘마 먹고 자고, 오후에도 맘마 먹고 자고. 나무는 매일 하루하루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해내고 있는 기특한 아기. 다리 힘도 세져서 기저귀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태어날 때나 지금이나 뭔가를 뚫어져라 보려하는 우리 아가. 매일매일 커 가는게 너무 신기해.
.
하루종일 청소와 아기목욕과 돌보기, 식사 준비 등으로 바쁜 이모님과 그 옆에서 수다를 떨고 나무랑 시간을 보내는 나. 쌩쌩하다고 낮잠을 안잤더니 5시 반부터 눈동자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잠들었는데 남편이 퇴근한지도 모르고 쿨쿨쿨.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얘기는 거의 나무에 대한 것들이었고, 밥을 먹다가도 나무에게 눈을 떼지 못 한다. 아가야의 작은 몸짓 하나에 놀라는 초보아빠 엄마이지만, 배냇짓과 귀여운 표정에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나무 아빠엄마였다. 귀엽다고 호들갑 떠는 우리가 참 웃긴데 귀여운 걸 어떡해. 으하하.
.
밤부터 찡찡찡 우리 나무.
배고프니까 맘마를 먹였고, 다 먹였으니까 트림을 시킨다. 기저귀에 색깔이 바뀌었으니까 기저귀를 갈았는데.. 자는 것만 빼먹고 맘마, 트림, 기저귀는 계속 반복하고 있다. 요상한 늪에 빠져선, 우는 걸 달래다보면 다시 맘마, 트림, 기저귀 시-작. 뭐 했다고 밤 열 한시냐.. 방금 또 먹였으니까.. 토닥토닥 트림 시켜야지. 네버엔딩 육아의 세계. 아, 열탕소독도 있었지..
.
남편은 밤부터 나무한테 발이 묶였다.
쪽쪽이도 줘보고, 안아서 달래보고, 춘삼할배 이야기도 지어서 들려주고, 맘마도 주고 아무말대잔치로 연기도 하는데 나무는 왜 울까. 뭐가 불편한 걸까. 뭐 때문일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