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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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금요일, 어우, 너무 피곤했나 봐. 어제 일기를 비몽사몽 정신으로 쓰고, 오타가 있나 없나 읽다가 졸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다가 졸다가 한 다섯 번을 반복하고 나서 겨우 올린다. 이러다 잠결에 다 날려버릴 것만 같아서 틀린 글자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믿었다. 졸면서까지 기록을 남긴 내가 기특하다 기특해. 정말 오랜만에 레포트로 밤샘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잠과의 전쟁에서 자주 지던 나. 그때나 지금이나 해내기는 하는데 헤드뱅잉이 과격했지롱. . 새벽에 3시간 간격으로 깨면 확실히 잠을 더 잘 수 있다. 밤에 자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잘도 자는 나무야 고마워. 2시 반, 5시 반에 깨고 7시 반에 하루 시-작. 엄마는 새벽부터 조개미역국을 한솥 끓여 놓으셨고, 나무는 밤새 잘 먹고 잘 잤는지 궁금해하신다. 외할머니의 특기는 트림시키기. 안기만해도 꺼어억 소화가 되는 나무에 물개박수를 치고 좋아하신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신기한 순간. 아기 사진과 영상을 보고 눈에 밟힌다던 외할아버지는 꼬물꼬물 움직이는 나무가 신기해 손발을 만지고, 작은 것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 넷이서 아침밥을 먹고 얼마 안 돼서 아빠 엄마는 통영으로 내려가셨다. 더 오래 머무르면 우리가 못 쉴까 봐 급하게 챙겨서 나가신다. ‘나무야 건강히 잘 커라’ 인사를 하시는데 왜 이리 아쉬운지 또 눈물이 나오고, 먼발치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보는데도 찡했다. 매번 헤어지는 순간은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이럴 때면 친정 가까이 살고 싶어 진다. . 침대에 나란히 누운 세 사람. 호기롭게 파이팅을 했는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육아의 세계. 네버엔딩 나무돌보기. 아기를 돌본다 하면서 낮잠 2시간을 자는 나. 바통을 터치하고 맘마, 트림, 기저귀, 소독을 반복하는 우리. 좀 버겁다 싶으면 저멀리 ‘나무야’만 부르는 내게, 남편은 ‘입육아, 주둥이육아’라고 했다. 낄낄낄. 이제 여유롭다 생각될 때쯤 다시 반복되는 것들. 심지어 입에선 게워내고, 밑에서는 똥파티를 열었다. 녹색변을 기저귀 한가득 채운 우리 나무와 첫 대변 기저귀를 갈아보는 우리. 끝내고 왔더니 배가 고프다며 찡찡. 귀여운데 왜 이렇게 지치냐.. . 하루종일 생일 축하를 받았다. 잊지 않고 애정을 보내는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행복지수가 쑥쑥 올라간다. 반면에 작년과는 너무나 달라진 안팎분위기. 어바웃타임 영화를 보던 12월 25일, 티모닝 파티를 열었던 복작복작은 온데 간데 없고 우리는 집을 지키고 있다.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다. 좌충우돌 우리 셋의 첫 크리스마스, 그리고 내 생일. 엄마가 감사해지는 나날들. 우리 모두 해피메리크리스마스. 럽럽럽.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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