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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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토요일, 잠 많은 불량엄마 이숭이. 12시 전에 수유를 하고 4시 쯤에 눈을뜬다. 2시에 잠깐 깼을 때 ‘배가 고프면 울겠지’라는 생각에 자러갔는데 4시간이나 꼬박 잤다. 무탈하게 잘 자는 나무가 고맙지만, 4시간을 넘기지 않게 알람을 맞추든가 해야지. 이러다 아침까지 잘까 봐 큰일이여. . 6시 50분, 8시 40분 맘마는 남편이 맡았다. 나는 일어날 생각도 없이 계속 잠들어 있었다. 오전에도 어김없이 맘마, 트림시키기, 기저귀 갈기, 재우기가 계속된다. 아침도 아닌 점심도 아닌 첫 끼는 비빔밥과 미역국. 든든하게 먹고 하루를 파이팅하겠노라고. . 쉴 틈없이 돌아가는 육아의 세계.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한다. 빨래를 하고 유축까지 끝내고 좀 쉬거나 딴 것 좀 하려하면 신호를 보내는 우리 나무. 나무를 토닥이며 재우면서 같이 쿨쿨쿨. 낮잠을 3시간이나 자다니 고마워! 남편도 이것저것 하려하면 쏟아지는 집안일과 육아. 눈치없이 울려대는 세탁기 종료음에 한숨을 쉰다. 하아. . 처음 해 보는 아기 목욕. 나무의 대변으로 마음의 준비도 없이 시작됐다. 대야에 물을 받고 온도를 맞추면 나무 등장이요. 남편이 아기를 들고 나는 슥슥샥샥 씻기고 헹궜다. 땀을 한바가지 쏟아내는 나와는 다르게 꽤 평화로워 보이는 나무였다. 처음인데 잘 했다 우리. . 아, 벌써 저녁시간이네. 냉장고에 반찬, 국, 밥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차려먹기 힘든 건지. 나무는 또 배가 고파오고. 옷을 갈아입히면 게워길래 또 갈아입힌다. 재우려고 침대에눕히고는 두유 하나를 마시면서 구경하러 갔다가 발견한 볼빨간 나무. 혹시나해서 기저귀를 열어봤다가 똥파티에 당황열매를 먹은 나. 남편이 나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는데, 녹색과 노란색 그라데이션 똥을 보고 또 당황. 손에 묻은 것도 당황. 다 씻기고 닦았는데 소변파티에 당황. 거 되게 당황스럽다. 같이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 +21일 나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쑥쑥자라고 있다. 며칠 전부터 목에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안고 있으면 목을 가누려고 혼자 고개를 드는 게 보인다. 배가 고프면 입술은 ‘오’ 모양으로 바뀌고, 고개를 도리도리하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자기 전에는 쪽쪽이나 안아주기를 바라는, 엄청 배고플 때 빼고는 천천히 먹는 나무. 눈썹이 자라려는지 근처가 새까매졌고, 속눈썹도 더 길어졌다.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는다. 갑자기 얼굴 전체를 확 찡그리는 것도 요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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