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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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일요일,
1시, 2시 반, 6시에 맘마를 먹인다.
피곤해하는 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새벽에 일어나 나무를 안았다. 정성껏 먹이고 정성껏 트림을 시키고 정성껏 기저귀를 갈고 속싸개를 두른다. 배가 부르기 전에는 아빠를 좀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세상 모르고 쿨쿨. 밤에는 꽤 잘 자고 있는 나무 덕분에 우리도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땡큐땡큐. 그 틈을 타 엄마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제야 엄마를 이해할 것 같다고, 나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엄마의 사랑과 용기를 배운다고, 생신 축하드린다고 애정을 담아 꾹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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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무렵에는 내가 바통 터치!
그러면 남편은 귀를 닫고 육아 스위치를 끈 채 달콤한 잠을 자러 간다. 나무랑 잘 잤냐는 인사를 나누고, 적극적으로 먹는 모습에 흐뭇해질 때가 많다. 다만, 분유를 바꾸고 나서부터 은근히 게워내고 있어 신경쓰이는 정도랄까. 좀 더 안아서 소화시켜줄게. 아프지는 마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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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없이 돌아가는 일요일.
‘오줌싸개공장’이라며 놀려대는 이유는 하루에 기저귀가 적어도 10개는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 이틀 치 쓴 손수건만 해도 30장 가까이. 히익, 어마어마하네.. 보일러와 온수, 세탁기와 건조기, 전기포트 등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다음달 관리비도 기대된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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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커피, 즉 아이스 바닐라라떼가 먹고 싶어지는 오후. 차가운 걸 마시면 안 되니까 이에 닿지 않게 빨대로 먹으면 되겠다고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이성이 돌아왔는지 커피도, 시원한 음료도 패스. 잠깐이었지만 유혹에 흔들릴 뻔했다. 대신에 케이크 두 개 먹은 건 비밀. 집에 생크림 케이크 있는 것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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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셋이 나란히 눕는다.
이 모습을 제대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셋이 되었다. 쿨쿨 자는 나무 옆에 나도 자고 남편도 자고. 잠깐이지만 평화로웠다. 분유를 먹이고 유축과 젖 물리기 연습, 열탕소독, 기저귀와 트림시키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안고 재울 때 새근새근 숨소리가, 맞닿아있는 몸과 심장에 감동스러운 건 선물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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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빨리 자야하는데 아직도 말똥말똥한 우리나무. 누워서 파닥파닥거리는 건 기본이고 뚫어져라 아빠를 보고 있다.언제 잘 거니 아가야.. 밤에는 자자 귀염둥이. 토닥토닥해주러 갈게. 아, 맘마 먹을 시간이구나..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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