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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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월요일,
아빠 자야하는데..
점점 더 커지는 눈으로 아빠 발목을 붙잡던 나무. 1시에 맘마를 먹이고 쪽쪽이도 주고 이리 달래보고 저리 달래봐도 울면 어쩌란 말이냐.. 결국 수유텀을 어기고 2시에 분유 85ml를 더 먹이고 나서야 눈꺼풀이 내려갔다. 원하는 걸 척척 해주면 좋으련만 아빠엄마는 도통 알아듣지를 못 한다. 우리 셋 다 고생했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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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무는 새벽엔 꽤 긴 시간을 자는 편이다.
5시 반에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고 다시 재우기. 남편은 호다닥 챙겨서 회사로 갔고, 나는 그때부터 1시간 가까이 정신을 잃고 눈을 붙였다. 나무가 배고프다고 칭얼칭얼거리다 꺼이꺼이 울길래 마음 급하게 분유를 타와서 먹인다. 배 많이 고팠지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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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딩동.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모님은 세상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요. 3일동안 눈썹이 닳도록 움직인 우리의 무용담을 늘어놓고는 아기를 맡긴 채 씻고 오겠다고 했다. 꾀죄죄했던 몰골이 사람모습으로 바뀌었다. 밥도 챙겨주시고 나무도 돌보시고 깨끗한 집까지 만들어 주시니 이모님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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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나무,
아직 겁이 나서 못 건드리는 나무 콧구멍. 그 자그마한 구멍에 먼지가 3일동안 들어갔는지 양쪽에 왕코딱지가 나왔다. 숨소리도 한결 편해 보인다. 첨벙첨벙 목욕도 하는 시간. 4주로 접어든 나무는 다리 힘과 목 힘이 너무 세졌다. 고개를 뒤로 젖혀서 버티는 스트롱맨. 찡찡거릴 때 시무룩한 표정도 지을 줄 안다. 주먹도 입 가까이 가져가고 흑백초점책을 오랫동안 쳐다보기도 하는 기특한 우리 아기. 참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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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과 거리를 둔 채 점심을 먹는다.
각자 스타일대로 넣어먹는 비빔밥. 얼큰한 걸 좋아하시는 이모님은 고추장도 듬뿍, 나는 약간. 배부르게 먹고 유축을 하려다 쓰러지듯 낮잠을 자는 이숭이. 3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은 두들겨 맞은 거 같네. 아야아야. 바깥 세상은 밤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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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은 아직까지 나무를 보고 있다.
맘마를 먹고도 입을 오물오물거리는 거 보면 양이 모자라나 싶은데, 그렇다고 계속 줄 수도 없으니 난감한 상황. 나무야.. 방금 많이 먹었는데 울면 어쩌니. 잠투정하는 거니.. 쪽쪽이 물고 얼른 자러가자. 그러기엔 말똥구리 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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