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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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수요일, 12시 전에 눕는 날이 오다니. 2시간 뒤에 일어날 테지만 이 시간에 세 사람이 누워있는 건 처음이었다. 밤만 되면 말똥말똥해지는 말똥구리라고 말하지만, 밤에 꽤 잘 자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2시 반, 찡찡거리는 나무 소리에 분유를 타 오고 남편은 옆에서 쓰담쓰담해준다. 회사에 가야하니까 평일 새벽에는 웬만하면 내가 보려고 하는 편인데, 종종 일어나서 함께하려는 남편도 고마워졌다. 혼자였으면 정말 힘들었겠지. . 6시에 일어나 분유를 먹인다. 100ml도 거뜬히 먹는 우리 나무. 다 먹자마자 비몽사몽 잠을 자길래 나도 옆에서 같이 자고 일어났다. 토닥토닥. 이모님 오시는 소리에 눈을 뜬다. 살짝 데워놓은 보일러로 아침 우리집은 꽤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학교 운동장은 흰색 물감이 콕콕 찍혀져 있다. 영하 7도로 똑 떨어지더니 이제야 겨울이 온 것 같았다. 올해는 겨울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나랑 나무야, 내년엔 나가서 뛰어 놀자. . 간단히 미역국이랑 밥만 먹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 옆에 누워있는 나무랑 쿨쿨쿨. 눈을 떴더니 나무는 없고 나만 자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점심시간. 이모님이랑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무의 흑백초점놀이를 구경하고, 아주 잠깐 엎어놓고 목, 어깨 운동을 시킨다. 오늘도 예쁜 우리나무. 너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을 볼 때면 괜히 가슴이 설레고 그래. 언제나 반짝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렴. . 남편이 집에 오기 30분 전, 또 잠이 든다. 딱히 뭐 한 것도 없는데 병든 닭처럼 헤롱헤롱거린다. 거실에서 이모님은 나무랑 놀아주시고,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소파에 다리를 올려놓고 쿨쿨쿨. 낯을 가리던 내가 이제 좀 경계가 풀렸는지, 이모님 옆에서 잠을 자다니 흐흐흐. 눈치게임을 하듯 아기가 자고 있을 때 저녁을 차려 먹었다. 오늘밤에도 부디 잘 자주기를 바라는 마음. 말똥구리의 노는 시간은 밤 10시. 지금부터 신나게 놀고 자자. 귀염둥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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